기후위기 속 친환경농가 보호 사각지대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5-12-18 23:30:0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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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심화와 생물다양성 회복 필요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기적이 제기디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친환경농업협회
기후위기 심화와 생물다양성 회복 필요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기적이 제기디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친환경농업협회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 심화와 생물다양성 회복 필요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줄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친환경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농업재해 대응 체계는 여전히 관행농업 중심의 기준과 제도에 머물러 있어 친환경농업의 특수성과 구조적 취약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냉해·집중호우 피해가 빈번해지면서 친환경농가의 경영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으나, 재해보험과 보상 기준은 오히려 친환경농가의 가입과 보장을 제한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농업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전용 농업재해 대책과 농작물재해보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회 토론회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관행농 중심 재해대책, 친환경농업엔 맞지 않아”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재해대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친환경농업의 특성을 반영한 전용 재해대책과 보험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발제를 통해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농업 전반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친환경농업이 처한 현실은 관행농업보다 훨씬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환경농업의 특성을 반영한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소득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친환경농업 정책과 농작물재해보험 제도를 연계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통계 구축과 친환경 전용 보험상품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농민들 “가장 공익적인 농업이 가장 위험”



현장 농민들의 증언은 제도의 사각지대를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경기 파주에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유승철 농민은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농업은 이미 구조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재해 위험이 누적되면서 친환경농업을 포기하거나 관행농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친환경 인증 농가 수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인증 면적 역시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부여에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최동혁 농민은 “관행농업은 병충해를 약제로라도 대응할 수 있지만 친환경농가는 방법이 거의 없다”며 “그런데도 재해 인정과 보상 기준은 모두 관행농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친환경 전용 보험상품 분리 설계, 기준가격 별도 산정, 농가 단위 소득 보장형 보험 시범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업 특화 재해보험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통계 부족으로 보험 설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과제로 꼽았다. /사진제공=농진청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업 특화 재해보험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통계 부족으로 보험 설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과제로 꼽았다. /사진제공=농진청




통계 부족과 제도 설계 한계…“정부 역할 중요”



전문가들은 친환경농업 특화 재해보험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통계 부족으로 보험 설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과제로 꼽았다. 화학 방제가 불가능한 친환경농업의 특성이 현행 보험 약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미 소장은 “포도의 경우 친환경 재배과수원이 일반재배와 결실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제한되는 사례가 있다”며 “친환경농가의 수확량 특성을 이유로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은 ‘연방작물보험법’을 통해 유기농작물에 별도 기준가격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과 영국 역시 자연재해 발생 시 유기농업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해보험이 오히려 친환경농가의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친환경 전용 재해대책, 이제는 제도화해야”



참가자들은 친환경 농작물재해보험 도입을 위해 실태 조사와 통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용 보험 도입 전이라도 병충해 보장 품목 확대, 손해평가사의 친환경농업 이해도 제고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승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보험기획기금부장은 “통계 부족으로 보험화가 어려웠던 작물을 대상으로 비보험작물 재해지원프로그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병충해 관련 객관적 자료를 축적해 보장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영조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친환경·유기농업 확대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후위기 재해대책을 제6차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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