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한국이 글로벌 해운금융에서 수요측 좌초자산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에너지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 한국의 화석연료 운반선 투자 비중은 71%로 전 세계 평균(24%)보다 2.9배 높으며 해운 투자의 절반 가까이가 LNG 운반선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은 전체 해운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 운반선으로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UCL 연구팀은 수은을 ‘화석연료 운반선이 포트폴리오를 지배하는 극소수 금융기관’ 중 하나로 지목하며 “한국의 경우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가와 민간 금융 부문 모두에 더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UCL 연구는 공개된 금융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해운금융의 약 25∼40%를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기관의 경우 공개 정보 부족으로 실제보다 과소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수출신용기관의 대출 보증 역할이 제외돼 있었으며 이러한 거래의 경우 대출 리스크의 대부분은 대출기관이 아닌 수출신용기관이 부담한다고 명시됐다.
기후솔루션은 해당 보고서의 한국 관련 노출도를 업데이트하고 보충해 ‘한국의 해운 좌초자산 리스크 노출 분석’ 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번 브리프는 국회 차규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수출입은행 제출 자료를 토대로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해운금융 노출 규모를 재평가했다.
분석 결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LNG 운반선에만 41.3조원(대출 13조원, 보증 28.3조원)을 지원했으며,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5개 공적금융기관 전체로는 총 58.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원 건수의 17%는 용선계약조차 없는 투기성 발주로 확인됐으며 2021∼2022년 LNG선 발주 급증기에 보증을 받은 선박들이 2024∼2025년 대거 인도되고 있어 리스크는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전망이다.
UCL 연구는 LNG 운반선을 좌초자산 리스크가 가장 높은 선종으로 분류하며 “향후 몇 년 내 운항을 시작할 이 선박들은 이미 침체된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며 운항 시작 전에도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O의 온실가스 연구를 공동 집필하며 해운 탈탄소화 정책의 방향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UCL의 트리스탄 스미스 교수는 “이러한 좌초 리스크는 국제해사기구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ZF)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존재하지만 NZF가 지연되면서 이 주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규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불확실해졌기 때문으로 리스크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신은비 연구원은 “UCL 연구는 한국의 해운금융 리스크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며 “국회 자료로 확인된 58.8조원 규모는 UCL의 공개 데이터 기반 추정치보다 훨씬 크며, 보증 리스크까지 포함하면 실제 노출도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의원은 “41개국이 이미 화석연료 공적금융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약속한 상황에서 한국만 어떠한 제동장치 없이 화석연료 금융을 확장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 진입할 선박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좌초자산을 국가가 떠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이어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신규 지원 배제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