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한증권, 업계 ‘미장’ 진출 한창인데 반대 행보인 까닭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5-09-18 11:17:58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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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황민우 기자]
[그래픽=황민우 기자]




해외 주식 부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미국 법인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반대 행보다. 현지 법인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미국 법인이 없는 증권사들은 신한증권이 매물로 내놓은 현지 법인을 ‘알짜배기’로 본다. 현지 주식 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인을 보유하는 게 해외 주식 부문에서 강점이 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신한증권이 철수를 택한 건 적자를 기록해 온 미국 법인을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매각 가능성 열어둔 폐쇄 결정





미국 법인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신한증권은 경쟁사들과 대조적인 행보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미국 법인을 세우며 ‘미장(미국증시)’에 진출하려고 할 때 신한증권은 한발 물러선 모양새여서다.



해외 주식 부문에서 1, 2위를 앞다투고 있는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은 최근 미국 법인을 세웠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미국 법인 두 곳을, 토스증권은 지난해 8월 미국 현지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신한증권이 소유한 미국 법인은 1993년에 세워져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이 신설한 법인보다 훨씬 오래 됐다. 무려 33년이나 된 역사 깊은 미국 법인이지만 올해 이사회는 적자 등을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열린 신한증권 이사회에서 미국 법인 폐쇄를 승인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지난 6월 5일 이사회에선 미국법인 폐쇄에 대한 진행 경과보고가 진행됐다.



신한증권 이사회가 미국 법인을 폐쇄하기로 했지만 라이선스가 남아있는 만큼 매각 가능성은 열려있다. 신한증권은 이와 관련 미국 법인을 폐쇄 혹은 매각할지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신한증권 미국 법인, 현지 주식 중개업 라이선스 소유






신한투자증권. [그래픽=김현지 기자]
신한투자증권. [그래픽=황민우 기자]




신한증권이 보유한 미국 법인에 대해 인수사로 언급되고 있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미국 법인을 설립했지만 아직 현지 주식 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다. 신한증권 미국 법인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주식 중개업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거나 라이선스가 있는 매물을 인수하는 안 이 두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키움증권이 신한증권으로부터 미국 법인을 인수하게 되면 곧바로 원하던 라이선스를 획득하게 된다.



라이선스가 없다면 증권사들은 현지 브로커를 끼고 거래를 중개해야 하는데 비용이 들고 안정성이 떨어진다. 증권사들이 라이선스 매물을 인수하는 게 아닌 이상 자체 라이선스를 획득하려는 이유다. 해외주식 강자로 불리는 토스증권의 경우 미국 법인 손자회사가 올해 브로커딜러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주식 중개업이 가능한 건 증권사에 강점이 될 수밖에 없다. 주문이 체결되는 과정에 따라 라이선스들이 나뉘지만 이중 일부 라이선스라도 증권사들이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배경이다.





신한증권, 선택과 집중 전략





해외 주식시장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한 미국 주식 중개업 라이선스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신한증권이 현지 법인을 정리하기로 한 건 업계에서 의아한 결정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신한증권이 이 같은 결정에 나선 건 글로벌 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서였다.



신한증권은 수익 창출력이 저조했던 미국 법인에서 손을 떼는 대신 흑자를 내고 있는 베트남 법인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줄곧 적자였던 미국 법인과 달리 베트남 법인은 신한금융지주 그룹사들이 함께 진출해 있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로 전망이 밝다는 게 신한증권의 판단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할지 아니면 라이선스가 있는 법인을 인수할지 검토 중”이라며 “신한증권 미국 법인에 국한한 것은 아니고 적당한 매물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 현지 주식 중개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그러면 취득하는 것보다는 인수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미국 법인에 대해 폐쇄 및 매각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신한증권이 해외 현지 영업장을 정리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증권은 지난 6월 중국 상해 사무소를 약 17년만에 철수시켰다. 해당 사무소는 지난 2008년 7월 굿모닝신한증권 시절 설립됐던 영업장이다.



임서우 기자 dlatjdn@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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