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박자은 인턴기자) 디즈니+ 화제작 '조명가게'의 소름 돋는 긴장감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까지, 이 모든 감정을 쥐락펴락한 음악의 비밀과 김해원 음악 감독의 숨겨진 창작 뒷이야기가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4일 공개된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이뤄냈고, 디즈니+ 런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해원 음악감독은 첫 번째로 ‘조명가게’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후 잡았던 음악 컨셉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조명가게’의 감독과 제작사 측에서 김해원 음악감독의 전작들을 눈 여겨 보고 연락을 했으며 그도 시리즈라는 새로운 도전에 큰 의욕이 생겼다고 한다. 원래 김해원 감독은 공포물을 잘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무서워했지만, 중반부 이후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깊이 있게 드러나면서 감동과 눈물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조명가게’는 공포와 사랑이 독특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양극단의 감정이 결국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각각의 효과적인 전달과 연결을 음악으로 드러내는 것이 김해원 감독에게는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었다.
두 번째로 극에서 공포, 미스터리부터 드라마적인 서사로 이어지며 변주하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또 ‘조명가게’의 음악이 가지는 차별화된 포인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해원 감독은 ‘조명가게‘의 음악은 단순한 감정의 전개가 아닌, 그 세계관과 캐릭터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원작에서 느껴졌던 독특한 감정을 꼭 음악으로 돕고 싶었고, 강풀 작가의 만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시그니처 표정 같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희원 감독은 사후세계에도 일상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설정하며, ‘조명가게’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음악으로 담아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낯섬과 무서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고, 단순한 감정의 다이내믹을 넘어 공포와 감동의 교차를 조화롭게 그려내고자 무조성 음악과 폴리리듬 같은 실험적인 접근법을 활용했다고 한다. ‘조명가게‘ 1화부터 8화까지의 에피소드를 분류한 기준이 있었는데, 각각의 챕터의 결이 다르듯 음악 역시 그것에 맞춰 시청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영화 작업과 다르게 접근하며 노력했다고 밝혔다.
‘조명가게’는 여느 호러물과 다르게 음악으로 분위기를 조성해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했는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두고 작업 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그는 ‘조명가게’는 심리적 공포를 강조하는 작품이라고 언급하며, 강풀 작가가 과거 표현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이라는 개념을 음악적으로 실현하면서도 김희원 감독의 연출 방향에 맞추어 과도한 스케일이나 직관적인 공포 트랙 대신,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첫 장면에서 현민이 버스 차창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들리는 음악이 ‘조명가게’ 세계의 디폴트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한 그는 골목길이 ‘조명가게’의 매우 중요한 배경이 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들리는 음악보다는 음향적인 음악을 많이 사용하여, 시청자들이 환경의 이상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벌어지는 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유도하려 했다고 한다.
또한 김희원 감독은 음악에 한국 악기를 많이 사용했으며 특히 2회 에피소드 중 혜원의 키가 비현실적으로 커지며 공포감을 끌어올린 장면에 아쟁, 징을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악기를 활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특별하게 사용된 악기나 ‘조명가게’에서 특별하게 선보인 음악적 기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해원 감독은 ‘조명가게’는 한국적인 장례문화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아쟁과 징 같은 전통 악기는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소리를 가지고 있어 활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징은 그의 팀 지박 작곡가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주요 장면에 신선함을 더했다고 한다.
또한 악기의 음정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기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선율에 낯선 느낌을 부여했으며 이는 다른 음악과 차별화되는 ‘조명가게’ 음악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개 짖는 소리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병진 캐릭터의 장면에서는 음악팀 회의를 하던 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아이폰으로 녹음한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 계산되어 있지 않은 즉흥의 신선한 느낌을 살리고자한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조명가게’에서는 웹툰 원작에서도 등장했던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가 큰 화제를 모았다. 4회 에피소드 중환자 병동 원테이크 씬에서 흘러나오며 많은 이들에게 먹먹한 감동을 선사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곡으로, 드라마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기를 바랐다고 감독은 언급했다.
특히 그는 영지가 원철에게 아이팟으로 노래를 들려준다는 설정에 집중하여, 사운드 에디팅을 통해 보는 사람들이 곡을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조정했다. 특히 곡의 어느 지점부터 어느 지점까지 재생되는지가 중요했다.
김해원 감독은 이러한 부분들과 더불어 7회에서 원철이 복도를 헤맬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어떤 효과로 전달할지에 대해 사운드 이펙팅을 여러 가지로 실험하며 상의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시청자들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음악의 톤앤매너를 연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이야기했다.
5회 버스 사고 장면이 나오기 직전 흘러나오는 발라드 곡 ‘이 비가 그칠 때쯤‘ 노래도 인상적이다. 앨범 소개에 보면 그는 과거 어느 시기에 사랑받았던 록 발라드 넘버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 노래를 통해 보는 시청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 바랐는지에 대해서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록 발라드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함과 동시에 여운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해원 감독은 이를 위해 황현우 작곡가와 협업했으며, 보컬로 설득력을 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녹음실에서는 이 곡의 보컬을 정하기 위해 모두가 즉석에서 오디션을 봤던 특별한 추억이 있으며 심지어 김희원 감독과 본인까지도 노래를 불러보며 다양한 톤과 스타일을 테스트했다고 한다. 결국 김보아 보컬리스트가 곡의 정서를 완벽히 살려냈고, 덕분에 곡이 장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완성되었다고 그는 밝혔다.
‘조명가게’는 5회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전체적인 장르의 변화가 존재한다. 미스터리한 부분들을 설명하는 단계에 들어서며 드라마와 휴머니즘으로 넘어가 감동을 자아내는데 이 에피소드들을 앞선 에피소드들과 구분하는 음악적 차이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초반부의 불안정한 음악 구조를 점차 안정적인 멜로디와 편곡으로 변화시켰다. 현악기의 섬세한 선율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대되는 음악으로 변주했다. 초기에는 ‘조명가게‘만의 분위기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후에는 감정의 깊이와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음악의 역할이 강조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각 캐릭터들의 감정이 가장 고조되어 있는 7화와 8화에서 시청자들의 감정 몰입을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포인트를 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캐릭터들의 테마와 음악적 모티브를 정리하며, 이를 현악기 중심으로 편곡해 감정의 강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흩어진 퍼즐처럼 보였던 음악의 요소들이 후반부에서는 완결성을 가지도록 설계했으며 이로 인해 감정의 깊이와 몰입도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각 인물들의 서사에 따라 차별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각 인물들의 관계성에 고유한 테마를 부여하였다고 밝혔다. 다만 지영과 현민은 ‘조명가게’의 시작과 끝을 잇는 중심 역할을 담당해 조금 더 메인 테마로도 기능할 수 있는 테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선해와 혜원은 공포와 사랑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하나의 모티브로 표현했으며, 이 밖에도 유희와 현주, 원영, 병진과 구조견 등 각각의 관계의 톤을 정하고 서브 테마들을 만들었다고 그는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거나, 가장 공들인 장면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1회에서 지영과 현민이 만나 집으로 가는 구간에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지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이들의 만남을 신선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인다면 이후 ‘조명가게’의 다른 장면들에도 설득력이 더해질 것이라 믿었기에 4회에서는 염습실에 누워있는 유희가 “나는 죽은 건가요?”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대화씬의 음악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 장면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연출 속에서도 이정은 배우의 탁월한 연기와 어우러져 시청자분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했으며 오프닝 타이틀 씬은 짧은 시간 안에 ‘조명가게’의 독특한 세계관을 전달해야 했기에 특별히 공을 들인 음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품을 사랑하는 구독자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조명가게‘는 작업이 끝난 후에도 제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라고 말하며 이 여운이 시청자들에게도 닿아, 작품을 다시 보며 초반부에서 놓쳤을 수 있는 디테일 속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작업 과정에서 그 스스로도 그에게 소중한 빛과 같은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시청자들도 각자의 빛을 찾는 여정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공포와 감동이 교차하는 독창적 세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드라마 '조명가게'는 지금 바로 디즈니+에서 모든 에피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디즈니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