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현수 한국농어촌공사 충북본부장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4-11-13 14:38:5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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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한국농어촌공사 충북본부장.
최현수 한국농어촌공사 충북본부장.

나는 농부의 아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의 본부장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농촌, 농업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부모님이 애써서 농사 짓던 논 두마지기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 대학에 진학했고, 청춘시절에 지금의 농어촌공사에 입사해 30여년째 몸담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살았던 유년기와 청년기 시절의 나와 본부장으로서 농어촌 정책을 수행하는 지금의 나, 그때나 지금이나 농업과 농촌을 바라보는 똑같은 마음은 ‘고단함과 퍽퍽함’이다.

한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던 당시 농업선진국들의 식량 수출제한 조치를 마주하며 식량 곡물자급률 21%(2021년)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위기감은 실로 컸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식량주권’과 ‘식량안보’라는 타이틀로 이슈화했고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최근 3개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20%선이 붕괴됐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0% 수준이다. OECD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3.4%인데 반해 농촌의 노인빈곤율은 무려 57.6%에 달한다.

우리 농촌은 소멸위기 그 자체다. 안타깝고 속상하다. 하지만 농촌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될 우리의 생명줄이다. 식량주권과 식량안보 위기는 선언적이고 기사 타이틀에만 머무를 수 없는 현실이다.

1960년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작연구소인 국제미작연구소를 세울 정도로 아시아의 식량부족 문제에 앞장섰던 필리핀은 쌀이 남아돌게 되자 농사 대신 벌이가 좋았던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면서 현재는 자국 쌀 생산량의 1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08년 세계적인 쌀 파동으로 쌀을 주곡으로 하는 나라들이 몸살을 겪었던 때 국제 쌀값이 1톤당 300달러에서 13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당시 필리핀은 시민들의 정권퇴진 운동이 있을 정도로 국민적 저항이 엄청났다.

하지만 1년에 3모작도 가능했던 농토는 골프장과 공장이 들어서며 사라지기 시작했고 농민은 관광산업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농지는 황폐해졌고 풍요의 땅을 되찾기엔 늦어져 항상 국제 곡물가격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처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고령화 비율은 18.4%인데 반해 농촌의 고령인구 비율은 50%에 달한다. 농어촌공사는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는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농업인에게 1ha당 50만원의 보조금을 최대 10년간 지급해 순차적인 은퇴를 뒷받침하고 그들로부터 매입한 농지를 청년농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해 농촌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 농촌은 농사지을 사람은 줄어들고 기존의 정보와 경험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정도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팜이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팜은 ICT 기술을 적용해 각종 센서에서 흙의 상태, 온도와 습도, 햇빛의 양 등을 실시간 확인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식물 생육환경을 조성해 준다.

또한 기계화를 통한 투입 노동력 절감, 높은 생산성과 고품질 작물 생산을 가능하게 해준다. 괴산의 스마트팜은 일반적으로 하우스나 유리온실을 통해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설 스마트팜이 아닌 환경조절이 불가능한 노지 스마트팜인데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2023년 전국의 콩 생산량은 1000㎡당 209kg이지만 괴산의 노지스마트팜 단지는 동일 면적에서 평균 생산량 310kg을 달성했다. 심지어 최고 기록을 달성한 농가의 생산량은 470kg에 달했다.

이런 까닭에 도내 많은 지자체들의 스마트팜 도입 열기가 뜨겁다. 공사는 지자체와 협업해 제천바이오첨단농업복한단지와 임대형스마트팜, 괴산 노지스마트팜과 K-스마트 유기농혁신시범단지, 보은 귀농귀촌 스마트경영실습농장, 영동 스마트팜복합단지 등을 추진 중이다.

또한, 최근 국토교통부 주관 투자 선도지구 공모사업에 선정된 음성 스마트농업타운 조성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농업은 단순 식량생산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다.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마지노선이다.

소외된 산업에 대한 시혜적 관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튼튼한 식량주권을 위해 소멸 위기에 처한 농업과 농촌을 살려야 한다. 농업과 농촌에 사람과 소득,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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