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2024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 내리 3연패를 당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뉴욕 양키스가 4차전에서 거짓말처럼 기사회생했다.
양키스는 30일 다저스를 상대로 미국 뉴욕주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 스타디움에서 월드시리즈 4차전을 가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다저스에 내리 3연패를 당해 벼랑끝 위기에 몰렸던 양키스는 4차전에서 11:4 역전승을 거두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이날 양키스를 구한 건 팀의 간판스타인 애런 저지(32)나 후안 소토(26)가 아니었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신예 유격수 앤서니 볼피(23)였다.
볼피는 팀이 1:2로 뒤진 3회말 공격 때 투아웃 주자 만루찬스에서 타석에 나와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볼피의 올 가을야구 첫홈런이자 양키스가 5:2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는 11:4 양키스의 완승으로 끝났고, 볼피가 쏘아 올린 그랜드슬램은 결국 팀을 구해낸 결승포가 됐다.
월드시리즈 4차전 영웅이 된 볼피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는 포스트시즌 로스터 합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타격슬럼프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뉴욕지역 언론매체인 SNY는 “볼피를 마이너리그 트리플 A로 내려 타격감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이어 “볼피의 주력과 수비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타격은 아니다. 차라리 오스왈도 카브레라(25)를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는 것이 양키스 전력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양키스는 볼피에게 계속 기회를 줬고, 그는 결국 팀이 가장 어려울 때 만루홈런을 터트려 양키스를 구해냈다.
미국 뉴욕주 출신인 볼피는 지난 201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30번으로 현 소속팀 양키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을 만큼 아마추어 시절 톱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그는 1라운드 출신답게 프로진출 단 4년 만인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단순히 데뷔만 한 게 아니라 총 1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9, 21홈런 60타점 24도루의 성적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타율은 낮았지만 빅리그 신인이 데뷔 시즌에 ‘20(홈런)-20(도루)’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유격수)도 품에 안았다. 역대 양키스 선수 가운데 데뷔 시즌에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건 볼피가 유일할 정도로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뉴욕지역 언론들은 이런 볼피를 가리켜 “뉴욕 양키스 ‘캡틴’이었던 데릭 지터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며 반색했다.
볼피는 어린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했을 만큼 야구도 잘 하지만 그의 출신배경은 더 놀랍다. 메이저리그에서 몇 안되는 ‘금수저’ 엘리트로 통할 정도이다.
우선, 그의 부모는 모두 의사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아버지는 비뇨기과 의사로, 그리고 필리핀계 어머니는 마취과 의사로 활동 중이다. 의사 부모에 본인은 메이저리그 1라운드 출신으로 남 부러울 게 없는 환경이다. 볼피가 프로진출 당시 받았던 계약금도 270만 달러(약 37억원)나 된다.
볼피는 지난 5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만난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지터를 이을 후계자라는 평가를 해주는데 비교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다”며 겸손해 했다.
그에게 ‘부모 모두 의사여서 학창시절 운동하는 걸 반대하지 않았냐’고 묻자 볼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절대 아니다. 부모님은 내가 하는 일은 모두 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야구도 그중 하나였다”고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시즌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도 잘했고, 몸 상태도 좋다”며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올 해는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동기부여도 있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볼피는 올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등 아직까진 그의 바람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벼랑끝에서 팀을 구해내는 역전 만루홈런까지 터트렸다. 늦은감은 있지만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 볼피와 양키스가 앞으로 어떤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사진=MHN스포츠 DB, 뉴욕 양키스 구단 홍보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