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말하고 눈물 펑펑 자책한 23세 투수...한화는 어디로 가고 있나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5-10 18:28:01 기사원문
  • -
  • +
  • 인쇄




“미안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우완투수 장지수(23)의 뜨거운 눈물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성적도 미래도 모두 잃은 채 표류하는 한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한화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서 5-18로 대패를 당했다. 3연패인 동시에 최근 10경기 3승 7패의 지독한 부진의 수렁에 빠진 한화는 최하위로 추락할 위기다.

9일 경기 패배로 승률 0.378를 기록, 최하위 롯데에 승차 없이 쫓기게 됐다. 단 승률 7리 앞서 9위를 간신히 지켰지만 키움과의 주말 홈 3연전 결과에 따라서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다.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며 리그 선두로 올라서는 등 파죽지세로 일으켰던 한화발 돌풍이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팀 순위도 어느덧 최하위와 가까워진 가운데,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던 롯데는 한화를 제물 삼아 5연승으로 10위를 탈출할 기세다.

이런 팀 상황에 더해 9일 경기에선 한화 팬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7회부터 등판했던 한화의 젊은 투수 장지수가 사실상 패전처리의 임무를 맡아 8회 7실점(6자책)을 하고 교체되며 자책하는 장면이었다.

이날 한화는 외국인 선발투수 페냐가 2이닝 5실점으로 일찌감치 강판됐다. 이후에도 마운드가 무너져 5-10으로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 장지수가 7회 마운드에 올랐다.

장지수는 7회 말 볼넷 1개를 내주긴 했지만 롯데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를 삼진 처리하고 전준우를 뜬공 처리하면서 실점 하지 않고 1이닝을 잘 막아냈다. 하지만 8회부터 집중 안타를 맞았다. 야수진도 도와주지 않았다.

장지수는 나승엽에게 내준 3루타를 맞은 이후 후속 이주찬에게 땅볼을 끌어냈지만 3루수 송구실책이 나왔다. 이후 속절없이 추가 4안타와 1볼넷을 더 허용, 4실점을 한 채로 무사 만루서 마운드서 내려갔다.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장지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한화 벤치는 끝내 투수교체를 선택하지 않았다.

사실상 주말 3연전 일정이 남아있고 스코어 차가 크게 벌어진 이상, 이날 경기를 포기하고 투수를 아끼기 위해 장지수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마운드에 둔 것이다. 결국 장지수는 43구를 소화한 이후 김규연과 교체됐다.

이어 올라온 김규연이 전준우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면서 장지수의 실점은 7점(6자책)으로 늘었고 경기 스코어도 5-18까지 벌어졌다.

경기 내용만큼이나 안타까운 상황들이 계속해서 중계 화면에 잡혔다. 바로 장지수가 교체되면서 2살 어린 투수 김기연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듯한 입모양이 잡힌 것이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장지수는 자신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몇 차례나 내려치고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 자신을 계속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KIA 2차 2라운드 20순위로 KIA에 입단해 일찌감치 상무야구단에서 병역 복무를 마친 장지수는 2022년 한승혁과 함께 2대1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단 1경기 등판해 그쳤고, 올해도 8경기에 주로 추격조 임무를 맡아 나왔지만 평균자책 9.35로 좋지 않았다.

그만큼 기회가 절실했을 장지수지만, 자신이 이닝을 종료하지 못하고 주자를 만루에 남겨둔 채 자신보다 어린 투수에게 임무를 맡긴 것을 못내 견디기 힘들어 했다.

길고 힘들었던 이닝이 종료된 이후 공수교대가 되면서 자신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던 김규연이 들어오자 장지수는 다시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모습.

결국 한화는 대패를 당했고, 장지수도 8회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집중 안타를 맞으면서 후속 투수 김규연까지 한 이닝동안 무려 8실점이나 했다. 하지만 오히려 팬들은 그런 장지수의 자책과 눈물을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동시에 이날 패배 속에서 무기력했던 최원호 한화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경기력를 질타하는 반응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승승장구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한화가 최근 9위까지 순위가 급락하는 동안 한화 팬들 사이에선 최원호 감독의 선수 기용과 교체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23세와 21세로 팀의 막내급인 젊은 투수들이 경기에서 고난을 겪으며 자신들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팬들의 심금을 울린 동시에 울분도 폭발한 모습이다.

한화는 수년간 무기력한 패배의 시즌들에서도 ‘리빌딩’이란 미래를 위한 과정 속 초석을 닿았다. 그리고 올해는 팀 역사상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36)을 메이저리그에서 복귀시키는 등 야심찬 행보를 통해 가을야구 경쟁을 천명했다.

하지만 불과 개막 이후 40일 정도 기간 만에 최하위 또 다시 최하위 추락을 경쟁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공들여 육성했던 젊은 선수들도 올해 답보한듯 하거나, 아직은 만개하지 못하며 답답한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

결국 현재도 미래도 어느것도 기대할 것이 없어진 것 같은 작금의 상황의 전락에 오랜 기간 인내했던 한화 팬들도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한화의 올 시즌 방향성은 목표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 한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