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지난 26일 2023시즌 선수단 연봉 계약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정철원과 신인왕 경쟁했던 김인환이 100% 인상, 하주석이 50.2% 삭감되는 등 여러 이슈 끝에는 조용히 54.8% 연봉 인상률을 기록한 ‘대전 린스컴’ 윤산흠이 있었다.
1999년생, 이제 20대 중반에 불과한 윤산흠이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우여곡절 그 자체였다. 광주진흥고 시절 내야수였던 윤산흠은 투수가 되기 위해 영선고로 전학했다. 그러나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로 향했다. 이후 두산 베어스의 육성 선수가 됐지만 방출됐고 다시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한화까지 오랜 시간 한곳에 머무르지 못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는 정상급 선수들과 달리 윤산흠의 야구는 생존이라는 단어 외 설명할 것이 없을 정도다. 그는 그렇게 온몸으로 살아남기 위해 달려들었고 결국 2022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윤산흠은 2022시즌 37경기 출전, 33.2이닝 동안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많은 출전 기회를 받은 건 아니지만 후반기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7월에는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8월에 잠시 주춤한 그는 9월부터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화의 핵심 불펜 투수로서 마운드를 지켰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윤산흠의 강점은 큰 위기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 린스컴을 닮은 역동적인 투구 동작, 그리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인정받은 너클 커브볼 등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한화가 위기에 몰렸을 때 마운드에 올라 구원하는 모습을 수차례 연출했다.
수베로 감독은 그런 윤산흠을 향해 “어린 투수가 위기 때마다 나와 잘 이겨내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길게 봤을 때 윤산흠은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화 역시 윤산흠의 2022시즌 활약, 그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2023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연봉 인상률로 보여줬다. 금액으로만 보면 31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700만원 정도 올라 억대 연봉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지 않지만 54.8%의 인상률은 의미가 남다르다. 만약 2023시즌에 기대치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이번에는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지점까지 올랐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렇기에 윤산흠의 2023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기회와 위기 끝에 이제는 팀이 기대하는 선수가 됐다. 2023시즌에서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대받는 선수에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될 수 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음에도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한화의 2023시즌은 더욱 무서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문동주, 그리고 특급 신인 김서현에게 시선이 쏠려 있다. 여기에 그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윤산흠의 야구 역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