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재비’를 잃어버린 시대, 청년들이 꿈이다.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4-29 14:17:5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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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욱
김시욱

에녹 원장

흔히 우리는 욕망으로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홉스는 인간 본성의 변함없는 사실로 쾌락에 대한 욕망을 인정한다. 인간의 자발적인 행동은 자기쾌락 또는 자기보존의 목적을 지향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심리적 동인이 쾌락에 대한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에 기초한 홉스의 윤리적·정치적 체계는 사회계약론으로 발전한다. 정신분석의 대가인 프로이트의 리비도(Libido)와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 역시 욕망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욕망에 따른 결과치가 행복을 담보하는지 여부는 학자들마다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욕망은 만족을 향해 움직일 때 동원되는 에너지라는 점이다.

이러한 욕망을 나타내는 ‘하고재비’란 말이 있다. 경상도 방언으로 ‘무슨 일이든 견디지 못해 하려고 덤비는 사람’을 일컫는다. 인간 본성에 따른 욕망을 잘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현재의 모습을 떠나 미래에 대한 비젼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지는 평범한 모습이기도 하다. 언뜻 무모함으로 비칠 수 있지만 내일이라는 희망을 담보하는 ‘하고재비’는 개인의 삶과 국가의 앞날을 예측하는 지표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면서 ‘잠재적 죄인’이 양산되고 있다. 확진자로 판명되는 순간 죄인 아닌 죄인이 되는 까닭에 서로를 불신하는 시대가 만들어 지고 있다. 대구 신천지 교회로 시작된 지역과 단체 확산으로 특정 종교,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가 극에 달하더니 이제는 비난의 대상마저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에 갇힌 듯하다. 하물며 봄나들이 떠난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마저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개인주의라는 시대적 흐름을 전체주의적 올가미로 옥죄고 있음이 분명하다. 관음증 환자처럼 번지는 타인의 삶에 대한 훈수는 청와대 청원이라는 이름으로 집단 린치가 이뤄지고 제도적 장치에 의한 사법적 판단의 사항임에도 무분별한 청원과 그에 따른 여론형성은 마녀사냥과 다름없어 보인다. 나 아닌 타인의 권리가 우선돼야 하며 그것이 배려이며 최선이라는 잣대는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의 출발은 개인으로부터 시작됨을 명백히 자각해야 한다. 개인의 권리에 대한 위임으로 국가가 존재하게 됐고 그로 인한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제도와 그에 따른 행정은 개인 간의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역할과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악에 대한 보호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이 가지는 의미이며 사회계약론을 바탕으로 한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실체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우리나라만의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불황 또한 사실이다. ‘백신전쟁’이 곧 경제회복의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이 백신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이러한 시점에 국가의 역할이 진정으로 필요하며 국민을 위한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전체 인구 대비 사망률이 얼마냐 라는 자기 위안이나 지나간 K-방역의 향수에 젖어 막연한 집단 면역을 홍보할 여유가 없다. 적폐세력이니 신적폐세력이니 하는 프레임 놀이에 빠져 과거로의 회귀를 쫓는 것은 자가당착일 수밖에 없다. 무력감에 빠져있는 국민들 개개인의 의욕을 살리는 길은 오직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리는 길 뿐이다. 서로간의 불신과 반목을 허무는 길 또한 마스크를 벗고 대화할 수 있는 ‘평범한 소통’의 기억들이다.

지난 서울, 부산시장 선거 이후 패미니즘 논쟁과 2030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대한 여론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선거결과에 따른 분석을 바탕으로 정치인들과 학자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이 ‘여성 군입대 문제’와 여성할당제 등등 ‘젠더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패미니즘을 옹호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심리가 2030의 투표결과라는 야당 정치인의 분석으로 시작된 논쟁의 시발점은 대선을 향한 노림수임이 분명하다. 그나마 청년층에게 주어진 탈출구였던 가상화폐와 ‘영끌’ 부동산에 대한 현 정부와 민주당의 부정적 시각과 실책은 세대 논쟁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2030 표심을 잡겠다는 정치 공학적 계산에 따른 ‘속보이는 갈라치기’임이 분명하다.

건강한 사회적 담론이 되기 위해선 ‘하고재비’를 양성하는 사회 구조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간 ‘군가산점 제도’의 부활이나 ‘여성 군입대’라는 단편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청년층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가치와 역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를 짊어질 그들에게 예측가능성과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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