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산 숨은 장애물…높게 설정 화력발전소 최소발전용량 '속도제한'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5-08-06 08:17: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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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국내 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영리 에너지·기후 전문기관 기후솔루션은 6일 발간한 이슈 브리프 '재생에너지 고속도로의 과속방지턱: 화력발전기 최소발전용량'에서 한국의 전력망 운영체계가 구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의 평균 50~60% 수준을 최소발전용량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국제 권고 수준인 30~4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하한이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실제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공급 여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소 가동을 우선시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제한(출력제어)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소발전용량(minimum generation level)’이란, 화력발전 설비가 안전한 운전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최소 출력 수준을 의미한다. 설비 손상 방지나 대기오염물질의 비정상적 배출을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전력시장운영규칙에 근거해 설정된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된 오늘날에는 이런 기준이 여전히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최신 화력발전기는 과거보다 더 낮은 부하에서도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하고, 일부 연구에서는 저출력 운전 시 오히려 총 배출량이 줄어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최소발전용량을 과감히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신규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췄으며, 인도는 기존 70%를 55%로 조정한 후 장기적으로 40% 달성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장비 개조 및 보상체계를 통해 60~70%였던 수준을 30~40%까지 낮췄고, 그 결과 출력제어율도 2016년 20%에서 2022년 2~3% 이하로 급감시켰다.



반면 한국은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제 수준이 높다. 제주도는 올해 8월부터 일부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24~58%까지 유연하게 조정하도록 규칙을 개정했지만, 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유독 높은 지역에 한정된 조치다. 육지 계통에서는 여전히 석탄 발전기 평균 60%, 가스 발전기 평균 48%의 높은 최소발전용량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태양광·풍력 발전은 신규 접속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에서 세 가지 핵심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기존 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을 국제 권고 수준인 30~40%로 하향 조정하고, 기술적 여건이 허용하는 경우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유도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 산정과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과도한 하한 설정을 방지하고 공정한 제도 운영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산정 과정이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되고 있어 규제 유지를 위한 정당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셋째, 출력제어 완화를 위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유연성 자원의 도입을 적극 확대하고, 이를 계통 연계 확장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주다윤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송전망 확충은 필수지만, 단기적으로는 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 조정이 가장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제도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국이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신재생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기존 전력계통 전반의 구조적인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도한 최소발전용량이라는 ‘숨은 속도제한’을 해소하지 않는 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껍데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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