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 3월 25일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및 자원민족주의 확대 등에 대응해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핵심광물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 유망시장을 선점하며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등을 위해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재자원화 산업 기반은 취약하고 국내‧외 원료 확보가 어려운데다 예산‧세제 등 지원 시스템도 미흡한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요국의 핵심광물 재자원화 정책 동향과 제언’ 보고서룰 통해 국내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해 보자. <변국영 기자>
▲주요국 재자원화 동향
핵심광물의 재자원화를 촉진하기 위해 해외 주요국은 다양한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약 30개 이상의 핵심광물 재자원화 관련 정책이 수립됐다. 재자원화 정책에는 전략 및 실행계획 수립,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재정 지원, 무역 규제 등이 있다.
선진국은 주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확대를 위한 명확한 목표와 중·장기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개도국 및 신흥국은 폐기물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고도의 전략과 재생원료(2차 재료) 조달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 및 실행계획은 로드맵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U의 ‘순환경제 이행계획’은 핵심 가치사슬에서 자동차와 배터리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EU 내에서 폐기물의 폐기 시점 혹은 재생원료(2차 원자재)가 되는 시점을 명시하는 ‘폐기물 종료 기준’을 개발했는데 재생원료(2차 원자재) 시장 형성 및 확대를 지원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EU의 ‘핵심원자재법’은 2030년까지 유럽연합이 재자원화를 통해 전략적 원자재 연간 소비량의 25% 이상을 조달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풍력터빈 등의 여러 분야에서 핵심광물 소재의 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됐다. 독일의 ‘국가순환경제전략 초안’ 및 이탈리아의 ‘국가순환경제전략’은 유럽연합 내에서 재자원화 관련 전략이 수립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중국의 ‘폐기물 재활용(회수·이용)정책’에서는 2025년까지 주요 재생 자원의 연간 사용량을 4억5000만톤으로 늘리고 자원 재활용 산업의 가치를 연 5조 위안에 도달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호주는 ‘국가 폐기물정책 실행계획’에서 재활용산업 발전의 일반 목표와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재정 지원
재자원화 기술 구현과 자국 내 재자원화 역량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여러 선진국에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스크랩 생성 및 수집과 자국 내 가공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 형태는 보조금, 대출 우대, 보증 등이다. 이미 성숙한 기존 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공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이고 배터리 재자원화와 같은 신규 분야에서는 수집 및 가공 모두를 지원한다. 배터리의 경우 원료가 확보돼야 가공 능력도 향상되므로 우선적으로 원료 수집에 집중해 지원하는 국가도 있다.
영국의 CLIMATES 프로그램은 자국의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후기 R&D 프로젝트에 500만 파운드를 지원했고 특히 희토류 원소에 중점을 두고 순환체계 개선 및 회수된 희토류의 지속가능한 가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캐나다의 전략혁신기금은 핵심광물의 첨단 제조, 가공, 재자원화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기금으로 약 15억 캐나다 달러를 할당했다. 재자원화 시범공장과 실증사업에 약 1억9000만 캐나다 달러를 배정했고 이 중 3건의 재자원화 프로젝트에 보조금이 승인됐다.
중국의 폐기물 재활용 정책은 재활용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증치세), 법인세 등 세제 혜택, 주요 프로젝트를 위한 기존 자금 지원, 녹색 신용, 녹색 채권, 녹색 신탁 등 녹색금융상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2024년 10월에는 100억 위안을 출자해 자원 재자원화(재활용) 및 재사용에 관한 국영기업인 중국자원순환집단유한공사(자원순환그룹)를 설립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핵심광물 재자원화 설비나 핵심광물 관련 청정에너지 부품 및 설비에 세제 혜택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부는 소매업체가 소비자로부터 폐배터리를 회수해 이를 재활용업체에 공급할 수 있도록 15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호주의 핵심광물개발 프로그램은 광산 폐기물에서 코발트를 추출하는 사업에 223만 호주달러를 보조금으로 할당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는 제품 생산자에게 사용 종료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로 책임 범위를 확대·부여하는 제도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폐제품에 대한 회수 및 재활용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제품의 사용 종료 후 단계에서 (원)자재의 수거와 회수에 대한 수익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설정하며 단일 시점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망 정책과 달리 EPR 제도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EPR 제도는 1990년대 이후 폐전자제품 처리에 큰 영향을 주었고 자재와 자본 흐름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지방정부에서 담당하던 폐제품 처리비용을 생산업체로 이전했고 (원)자재 회수율을 개선했다.
EU는 전기·전자제품폐기물(WEEE) 지침과 최근의 배터리법을 통해 폐제품의 수거와 재활용을 높이고 있다. WEEE 지침은 생산업체에 분리수거 및 적정 처리를 의무화하고 친환경 설계를 장려하며 국가별 전기·전자제품 등록 요건을 표준화했다.
배터리법은 1차 재료의 책임 있는 조달, 폐배터리 회수 목표, 재생원료 최소 함량 수준, 재활용 효율성 목표를 설정했다. 배터리여권 제도는 EPR 제도를 보완하며 배터리 구성, 성능, 지속가능성에 관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재활용을 촉진한다. 이런 정보 제공을 통해 생산자와 재활용업체 모두 효율적으로 의무를 이행하고 EPR 제도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전기·전자제품폐기물(WEEE)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전기차 리튬이온 폐배터리에 대한 수거를 의무화했고 2024년 수거율을 0.5%에서 2044년까지 65%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인도는 2022년에 ‘배터리폐기물 관리규칙’과 ‘전자폐기물 관리규칙’을 발표해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폐기물의 수거 및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회수 목표와 자국의 재자원화 원료(재료) 최소 사용량을 확대했다.
▲무역 규제
핵심광물 재자원화 원료는 주로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어 국가간 무역규제를 받으며 대표적인 국제적 규정이 ‘바젤협약’과 ‘OECD결정’이다. 바젤 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경 간 이동 및 처분의 통제다. OECD 결정은 회수 작업 목적의 폐기물 국경 간 이동 통제에 관한 결정이다.
이런 규정은 폐기물을 위험·비위험 등급, 부산물, 재자원화 가능 제품, 폐기, 수명 종료 등급으로 분류해 재자원화 목적의 광물이나 광물제품의 국가 간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규정하고 있다.
폐기물에서 회수한 재활용 핵심광물의 국가 간에 상이한 분류체계가 국제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에서 소중한 자원이 다른 국가에서는 유해물로 처리돼 국제 무역분쟁이 유발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가치가 높은 주요 핵심광물에 대한 처리방법을 폐기물법에 명시해 수출입 업체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국제 무역을 촉진한다.
반면에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폐기물법에 따라 배터리에서 회수한 원료 등을 유해폐기물로 간주하고 있다. 다른 분류체계로 복잡한 규제 장벽과 잠재적 무역 분쟁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 간 무역 장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U는 폐기물 기본지침은 폐기물이 2차 원료가 되는 시점, 폐기물과 부산물을 구분하는 방법을 정의하고 있다. 폐배터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23년에 배터리법을 개정했다. 폐기물 관리 규정을 폐배터리에 맞춰 조정하고 특히 폐배터리의 수거, 처리, 재활용 요건을 개선해 핵심 원료 회수를 강조하고 있다. 구리 스크랩, 배터리, 축전지 등 특정 폐기물의 광물 흐름에 관한 전문 규정도 마련했고 이외에도 WEEE, 광산 폐기물, 폐차량에 대한 지침도 마련했다.
멕시코는 2023년에 개정된 ‘폐기물 예방 및 통합관리를 위한 일반법’에서 국가 간 거래되는 폐기물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 수단을 정립했다. 수출 시 사전 동의 요건, 재자원화 목적으로만 수입하도록 용도 제한, 폐기물 이동에 대한 추적시스템 의무화, 자국 재자원화에 방해가 되는 폐기물에 대한 환경부에서 수입을 제한할 권리를 부여했다.
칠레는 ‘법률 20.920’은 무역조항을 바젤협약과 연계해 유해폐기물을 폐기 목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환경부의 승인과 환경 보증과 같은 엄격한 조건에서만 재자원화 목적으로 수입을 허용했다.
불공정한 경쟁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광물 및 금속의 수출입 규제와 반덤핑법도 국가 간 무역 규제에 속한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는 재활용할 수 없는 저급 폐제품이 불법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국가는 불법 폐기물을 처리할 능력과 역량이 부족해서 전기·전자제품폐기물(WEEE)에 대한 무역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