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한국전기연구원 -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 연구기관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5-05-19 04:27:00 기사원문
  • -
  • +
  • 인쇄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김남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1976년 설립 이래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전력 및 전기기술 연구개발과 성과확산, 시험·인증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전력산업과 중전기기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또한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STL(세계단락시험협의체) 멤버 기관)으로 세계 2위권의 공인인증 시험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으며, 다가올 미래의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에도 적극 대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우주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차전지부터 전기파워트레인, 전력반도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KERI의 활동을 조명해 본다.




달 탐사 ‘로버(Rover)’에 탑재되는 KERI 전기파워트레인
달 탐사 ‘로버(Rover)’에 탑재되는 KERI 전기파워트레인




달 탐사 ‘로버’용 전기파워트레인 기술 독립 추진



KERI 항공모빌리티추진연구팀 이지영 박사팀이 국내 유일의 ‘로버(Rover)’ 제조 기업인 ‘무인탐사연구소(UEL)’에 전기파워트레인 기술을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로버는 달이나 행성 표면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환경 조건(지형, 온도 등)을 분석하고, 자원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차량이다. 국내 우주 개발 로드맵에 2032년까지 한국형 달 탐사 착륙선 개발이 예정돼 있고, 다양한 과학적 임무를 수행할 탑재체 중 하나로서 ‘로버’가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전기파워트레인’이라고 명칭되는 로버의 핵심 부품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자립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전기파워트레인은 배터리의 전원이 바퀴 휠을 구동시키기까지의 과정에서 전기적으로 힘을 전달하는 장치들을 일컫는 말로, 배터리-컨버터-인버터-모터-제어기 등으로 구성된다.



우주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전기파워트레인의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로버 핵심 부품의 가격은 산업용의 10배 이상에 이를 정도로 비싸고, 구매 조달 일정도 최소 6개월 이상이며, 국가 규제에 따라 구매 자체가 불가능한 품목도 있다. 특히 로버의 사양이나 디자인이 긴급하게 변경될 경우, 이에 맞는 부품이 부족해 구매 리스크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KERI가 전기파워트레인과 관련한 독보적인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ERI는 2000년대부터 육·해상 모빌리리티용 모터와 발전기 관련 기술을 다수 국산화 개발해 왔고, 이를 발전시켜 2018년부터는 드론 및 도심항공교통(UAM)용 전기파워트레인 영역에 진출해 관련 분야 국내 최다·최고 수준의 SCIE급 논문(19편)과 등록 특허(26건), 기술이전(8억4000만원), 대외 수상 실적(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유일의 로버 제조 기업이자, G20 우주정상회의 한국 대표로 참가한 UEL의 로버에 들어가는 ‘전기파워트레인 구동모듈(모터, 인버터)’의 기술이전 계약까지 체결하며 범위를 우주까지 넓혔다. 양 기관은 기술이전 이후에도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다양한 산·학·연 협업을 통해 로버의 핵심 부품을 국제적 수준까지 만든다는 목표다.



KERI 이지영 항공모빌리추진연구팀장은 “우리 팀은 가볍고, 열적 안정성이 높은 전기파워트레인 기술력을 통해 국내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아 왔고, 우주까지 진출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노력을 인정받아 UEL의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며 “달 탐사 로버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UEL과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KERI의 업무 분장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정부의 대형 과제 수주에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UAM 핵심 ‘리튬황전지’ 최대 난제 극복



KER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팀은 차세대 리튬황전지 상용화를 막던 난제를 극복하고, 대면적·고용량 시제품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양극(+)이 황, 음극(-)이 리튬금속으로 구성된 리튬황전지는 이론적인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의 8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잠재력이 높다. 리튬황전지는 가볍고 오래 가는 이차전지의 대표 주자로서, UAM 시대를 이끌어 갈 핵심 기술 분야로 손꼽힌다. 하지만 리튬황전지는 충·방전되는 과정에서 ‘리튬폴리설파이드’라는 중간 물질이 생성(용출, shuttle)되는데, 이 물질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며 불필요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전지의 수명과 성능을 저하시키고, 상용화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이에 박준우 박사팀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와 산소 작용기를 결합한 신기술을 제시했다. SWCNT는 강철보다도 센 강도 및 구리와 버금가는 전기 전도성을 지닌 미래 신소재이고, 산소 작용기는 SWCNT가 전지 내부의 다른 물질에 잘 분산될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산소 작용기가 결합된 SWCNT는 충·방전 과정에서 팽창할 수 있는 전극을 안정적으로 감싸고, 리튬폴리설파이드의 용출 및 확산을 효과적으로 제어했으며, 결과적으로 활물질인 황의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유연성의 SWCNT와 친수성(친용매성)을 지닌 산소 작용기는 전극 제작 시 균일하고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줘 대면적·고용량 전지 설계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50x60mm 크기의 유연한 후막 전극(thick electrode)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하나하나 잘 적층해 1000mAh(1Ah)급 파우치형 리튬황전지 시제품(prototype)까지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시제품은 100회 충·방전을 거쳐도 용량이 85% 이상 유지되는 높은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의 방사선 내성 평가 기술 개발



또한 KERI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서재화 박사팀은 우주 환경에서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소자의 방사선 내성을 평가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주 방사선은 항공기나 탐사선(로버), 위성 등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손꼽힌다. 국제적으로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방사선 영향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실리콘 전력반도체 단계에서 방사선 내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연구 결과물도 한계가 많았다.



이에 KERI는 국내 최초로 고에너지 우주 환경 모사를 통해 SiC 전력반도체의 방사선 내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극한 우주 방사선 실험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우주 방사선은 다양한 에너지 대역의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양성자(proton)가 80~90%를 차지한다. 이에 서재화 박사팀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가속기 시설의 고에너지 양성자(100MeV)를 활용했고, 정확한 방사선 조사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인 국립경국대 윤영준 교수팀과 협업했다.



이러한 우주 환경 조건에서 KERI는 직접 국산화 개발한 SiC 전력반도체의 전압 변화, 피폭으로 인한 누설 전류 증가 및 격자 손상 등 영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다수 축적했고, 실제 우주 부품으로 SiC 전력반도체가 사용될 때의 장기적인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설계 기준도 마련할 수 있었다.



KERI 서재화 박사는 “각종 방사선 영향 파라미터를 설정하고, 유사하게 모사된 환경에서 핵심 부품을 실험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우주 산업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고 밝혔다.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