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에너지 효율이 답이다 - ①

[ 에너지데일리 ] / 기사승인 : 2025-05-19 04:38: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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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개선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고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원단위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년 세계 에너지 효율 개선 동향’ 보고서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 <변국영 기자>



■에너지 원단위



2024년 에너지 원단위 개선율은 2023년과 동일한 약 1%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0∼2019년의 연평균 개선율 약 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가 선진국의 에너지 수요 감소를 상쇄해 세계 에너지 원단위 개선 수준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28에서 전 세계 연평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두 배로 높이기로 합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책 이행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COP28 합의와 더불어 순배출 제로 경로에 부합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세계 에너지 원단위 개선 속도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50개국 중 거의 모든 국가가 1년 동안 에너지 원단위를 4% 이상 개선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절반 이상의 국가는 이러한 개선을 최소 3회 이상 달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4%의 개선율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과제로 남아있다. G20 국가 중에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4% 개선을 달성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며 중국은 약 3.7%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달성된 CO₂ 배출량 감축의 82% 이상이 에너지 원단위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Kaya 분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에너지 원단위 개선은 약 70억톤의 CO₂ 배출 감축을 달성했다. 또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CO₂ 배출량 감축은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원단위 변화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가속화함으로써 지금부터 2030년까지 CO₂ 배출량 감축의 1/3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와 히트펌프로의 전환과 같은 최종 소비 부문의 전기화 가속화와 더불어 건물 리트로핏과 같은 기술 개선을 통한 효율 향상이 필요하다.



■글로벌 정책



COP28에서 각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두 배로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에너지 효율을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제1의 연료’로 인정했으며 2024년에는 COP28 결과를 기반으로 여러 국제 합의가 도출됐다. 또한 IEA 제9차 에너지 효율 글로벌 연례회의에서는 각국 정부가 보다 넓은 에너지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실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정부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지원에 1조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 1조 달러에는 효율적인 산업과 건물 촉진, 대중교통, 그리고 저탄소 차량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이 포함되며 에너지 효율 관련 예산은 청정에너지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2024년 약 600억 달러가 배정됐으며 건물 효율화 지원을 위한 예산은 2030년까지 약 3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송 부문에서는 2024년 저배출 교통수단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 900억 달러에 달하며 대부분의 지원은 중국과 미국에서 이뤄졌다. 저배출 차량 지원을 위한 예산은 2030년까지 약 2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러 지역의 많은 정부가 에너지 효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거나 정책을 개정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건물의 탈탄소화 전략을 새로 발표했으며 EU는 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을 개정했다.



■원단위 핵심 ‘전기화’



에너지 원단위 개선의 핵심 동력인 전기화는 모든 부문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기화 수준(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에 약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0∼2019년 연평균 증가율의 두 배 수준이다.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약 24%, 북미와 유럽에서 약 22%인 반면 유라시아는 13%, 아프리카는 11%에 불과하다. 중국의 경우 지난 10년 간 전기화 수준이 연평균 약 4% 증가했으며 2021년 부터 2024년까지는 다소 둔화된 연평균 3%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부문에서는 경공업 분야의 저온 및 중온 난방의 전기화가 진행 중이다. 2023년을 기준으로 총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7%인 건물부문에서는 히트펌프 사용을 통해 난방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



또한 인덕션 스토브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가스레인지를 점진적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요리 부문의 효율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는 전기화를 통한 청정 취사 기술의 도입이 건강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수송부문의 경우 전기 비중은 2023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5%에 불과했지만 2015년 이후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기 사용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의 경우 전기 사용 비중이 2010년 약 33%에서 2022년 약 40%를 넘어서며 연평균 1.7% 증가했다. 주로 저온 및 중온의 열을 필요로 하는,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은 난방시스템의 전기화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경공업 부문에서 전기 난방 비중이 18%에서 35%로 확대됐다.



■유연성 자원 필요



재생에너지의 전력 시스템 통합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유연성 자원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요 측 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스마트 가전기기와 사용자 행동 변화를 기반으로 한 수요반응(DR)과 배터리 저장 기술이 효과적인 신규 유연성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은 다양한 유연성 서비스를 통합하고 상호 연결하는 구조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에는 약 565GW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추가됐는데 이는 2022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전력 시스템에 통합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요금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효율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연성 자원 확대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마트 DR 시장은 2024년 전 세계적으로 약 29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됐으며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약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전력 부문 배터리 저장 기술은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에너지 기술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으며 설치용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총 42GW의 추가 용량이 도입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일부 국가의 전력시장에서 ‘음(-)의 전력 가격’이 발생하고 있다. 음(-)의 전력 가격은 유연성 자원에 대한 시장 신호로 작용하며 배터리 저장 및 DR과 같은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음(-)의 전력 가격은 태양광 발전량이 많고 전력 수요가 적을 때 발생하며 음(-)의 전력가격이 발생하면 발전사업자는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발전사업자는 유연성을 확보해 재정적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 투자



산업, 건물, 수송 등 최종 소비 부문의 에너지 효율 투자는 2024년 약 6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2년에 기록된 역대 최고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2024년 석유 및 가스 상류부문 예상 투자액보다 약 10% 더 많은 규모다. 에너지 효율 투자는 2019년 이후 약 50% 증가했으나 투자 효과는 부문 및 상황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탄소중립 경로에서는 산업, 건물, 수송 부문의 효율 개선 투자가 2004년의 약 660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약 1조9000억 달러로 약 3배 증가해야 한다.



2024년 에너지 효율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별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에너지 효율 투자의 대부분은 유럽, 아시아 태평양 및 북미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 5년 간 이들 지역의 에너지 효율 투자는 55% 증가했다.



중국의 에너지 효율 투자가 약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선진국의 에너지 효율 투자는 2023년 수준보다 감소하거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경우 2023년 대비 2024년에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지역의 비중은 전 세계 최종 소비 부문 투자의 약 5%만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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