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김예슬 인턴기자) SK텔레콤이 12일부터 실물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도 해킹 피해를 막는 '유심 재설정' 방식과 해외까지 확대한 '유심보호서비스'를 통해 사고 초기 '유심 대란'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유심 교체 안 해도 돼"...SKT, '유심 재설정' 본격 도입
SKT가 해킹 사태 이후 급증한 유심 수요를 분산하고 고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2일부터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도입한다.
'유심 재설정' 서비스란, 실물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도 기존 유심 내 사용자 식별 및 인증 정보 일부를 새롭게 바꿔 저장함으로써 복제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기존 유출된 정보로 복제를 시도해도 네트워크 접속이 차단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번 조치는 유심 재고 부족과 복잡한 유심 교체 절차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됐다.
SKT는 “유심 재설정만으로도 실물 교체와 동일한 보안 효과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기존에 사용자가 직접 저장한 정보(연락처, 금융인증서, 티머니 등)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인증서 재발급이나 주소록 백업 등 번거로운 후속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유심 교체 대비 고객 편의성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설정은 T월드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만 받을 수 있으며, 기존 유심 교체 예약자에 한해 순차적으로 재설정과 교체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 알뜰폰 이용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부재로 당분간 유심 재설정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에 SKT는 향후 오프라인 매장이 부족한 지역이나 취약계층에 대해서 '찾아가는 재설정 서비스'를 통해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하지만 유심을 택배로 보내는 방식은 유심을 교체한 뒤 설정하는 등의 절차가 복잡하다며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유심보호서비스', 해외 로밍 고객까지 확대
같은 날 SKT는 해외 로밍 중인 고객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기존에는 국내망에서만 유심 보호 기능이 한정됐으나, 새 시스템인 '유심보호서비스 2.0'은 해외에서도 유심 정보 탈취를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는 12일 새벽부터 적용돼 장기 체류자와 여행객 약 30만명이 우선 자동 가입됐으며, 14일까지 전체 로밍 고객으로 확대된다. 가입된 고객은 별도의 절차 없이 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존 가입자 역시 자동 업그레이드된다.
SKT에 따르면, 이번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유심 복제 피해 3차 보안망을 구성했다. FDS(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로 1차, 불법 복제한 유심이 다른 기기에서 사용되는 것을 실시간 차단하는 유심보호서비스로 2차, 마지막으로 유심 교체 또는 재설정으로 3차 방어막을 구성하고 있다. 이로써 유심 복제를 통한 피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게 SKT의 입장이다.
또한, "해외에서도 국내와 동일한 수준의 보안이 적용된다"며, 자사 직원들이 다수 국가에 직접 나가 테스트해 안정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김희섭 SKT PR센터장은 “고객이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면 복제 사고는 없을 것”이며 “혹시라도 피해가 발생할 경우 100% 보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과 관련해 발생했다는 피해 사례라든가 신고 부분은 아직까지 없다"고 전했다.
한편, SKT는 e심 셀프개통 서비스도 본격 도입했다. 그동안 오류 발생 우려로 인해 e심 사용 시 대리점 방문 상담 후 개통을 권장해왔지만, 이제 매장 방문 없이도 개통이 가능하다.
유심 수급 상황과 고객 대응
유심 재설정 및 보호서비스 확대 도입에도 불구하고, 유심 교체 대기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SKT 가입자 2500만 명 가운데 누적 유심 교체 고객은 12일 오전 0시 기준 약 143만 명, 대기 고객은 약 722만 명에 달한다. SKT는 5월 중 500만 개, 6월 중 577만개의 유심을 추가 수급해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유심 교체 예약 안내 문자를 받은 고객 중 실제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은 50~60%에 그쳐 오픈런을 감수하던 사고 발생 초기보다는 잠잠해졌기 때문에 이번 SKT의 고객 보호 조치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리점 피해 보상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위원회 구성도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