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dn.mhnse.com/news/photo/202502/367933_437056_4122.jpg)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더욱 크고 뜨거운 감동이다.
부모는 뜨거운 불길 속에서 국민을 지켜왔고, 아들은 차가운 설원을 가르며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같은 헌신과 열정으로 빛난 부자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역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순간이 찾아왔다. 그 감동은, 더욱 크고 뜨겁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의 간판스타 이승훈(19·서울스키협회)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빛 연기’를 펼치며 한국 스키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이승훈은 8일 중국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프리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7.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그는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전까지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은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최재우가 남자 모굴 종목에서 기록한 은메달이었다. 그러나 이승훈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https://cdn.mhnse.com/news/photo/202502/367933_437059_4148.jpeg)
불길을 잠재운 아버지, 설원을 날아오른 아들
특히 이승훈의 부모는 소방관 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구로 소방서 소방위, 어머니는 용산 소방서 화재조사 팀장이다.
뜨거운 불길 속에서 시민을 보호한 부모의 삶과, 차가운 설원을 날아오르며 한국 스키의 희망이 된 아들의 모습은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깊은 감동을 준다.
8일 오후, MHN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이승훈 아버지는 “사실 너무 떨려서 경기를 직접 보지 못했고, 지인들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다.
그 시각 그는 아버지의 납골당을 찾아 기도하고 있었다. “승훈이가 잘할 수 있도록 빌고 있었는데, 금메달 소식을 듣고 아버지 앞에서 ‘승훈이가 해냈다’고 말씀드렸다. 눈물이 났다. 그만큼 기쁘고 대견했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늘 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랐다. "승훈이가 6살 때,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나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때부터 스키와 인연이 된 것 같다"며 "처음에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게 했고, 이후 강사의 추천으로 프리스타일 스키를 시작하게 되었다. 강사님께서 승훈이가 스키를 타면 잘할 것 같다고 하셨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https://cdn.mhnse.com/news/photo/202502/367933_437061_421.jpeg)
그 선택은 결국 한국 스키의 역사를 바꿨다. 이승훈은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걸으며 2020년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해왔다. 2021년 국제스키연맹(FIS)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불과 17세의 나이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세계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3년 2월, 그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FIS 프리스키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입상의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까지 추가하며,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승훈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국제 대회 출전과 훈련 일정으로 인해 늘 해외를 떠돌아야 했다. 소방관으로 바쁜 아버지와도 자주 만나지 못했다. 이승훈 아버지는 “승훈이가 외국에 자주 나가 있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한다”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동안 고민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아들이 크다 보니 요즘은 얘기를 잘 나누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 사랑하고, 갔다 와서 밥 한 끼 같이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짧지만 깊은 애정이 묻어나는 한마디였다.
![](https://cdn.mhnse.com/news/photo/202502/367933_437062_4214.jpg)
이제 목표는 올림픽, 더 높은 곳을 향해
이승훈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목표로 더욱 치열한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만약 올림픽 결선 무대에만 올라가더라도 한국 스키 하프파이프 사상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 그리고 그가 꿈꾸는 것은 결선 진출을 넘어, 메달 획득이라는 더욱 높은 목표다.
대한민국 스키 역사상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른 이승훈. 그의 금빛 질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https://cdn.mhnse.com/news/photo/202502/367933_437063_4224.jpg)
사진=연합뉴스, 올댓 스포츠, 이승훈 부친 이창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