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2선승제) 1차전에서 이강철 감독의 KT위즈에 0-4로 패했다.
정규리그에서 74승 2무 68패로 4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의 이점을 안고 있던 두산은 이날 패배로 사상 첫 업셋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두산은 3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패할 경우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KT에 넘겨주게 된다.
선발투수 곽빈의 부진이 뼈아팠다. 그는 초반부터 KT 타선의 노림수에 고전하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회초부터 좋지 못했다. 김민혁과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각각 볼넷, 좌전 안타를 내준 뒤 장성우에게는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직후 좌익수 제러드 영의 송구 실책으로 이어진 무사 2, 3루에서는 강백호, 오재일에게 연달아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위기는 지속됐다. 오윤석의 희생번트와 황재균의 삼진으로 계속된 2사 2, 3루에서 배정대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중견수 정수빈의 정확한 송구로 홈으로 파고들던 오재일이 아웃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이 끝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2회초에도 곽빈은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자 두산 벤치는 즉각 우완 조던 발라조빅으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발라조빅이 승계 주자에게 홈을 내주지 않으며 곽빈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1이닝 5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4실점. 올해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한 곽빈의 성적표라 더 아쉬운 결과물이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지난해까지 103경기(404.2이닝)에서 27승 24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87을 써낸 곽빈은 올해 두산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30경기(167.2이닝)에 나선 그는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를 올리며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과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KT 타선에 혼쭐이 나며 두산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아울러 곽빈은 가을 악연을 털어내는데도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곽빈은 포스트시즌 5경기에 나섰지만, 2패 평균자책점 6.00(18이닝 13실점 12자책)으로 부진했다.
시작은 2021시즌이었다. 당시 곽빈은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4.2이닝 2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1실점에 그쳤다. 이어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4이닝 6피안타 6탈삼진 3실점에 머물렀다.
이후 곽빈은 KT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5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사사구 1실점(0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4차전에서 0.2이닝 3피안타 2사사구 3실점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지난해에도 웃지 못했다. 두산이 5위로 나선 2023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로 나서 NC 다이노스를 상대했지만, 3.2이닝 4피안타 2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5실점에 그쳤다. 3회까지는 완벽투를 펼쳤으나, 4회 무너진 점이 아쉬웠다. 두산 역시 9-14로 패하며 한 경기만에 포스트시즌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이날도 곽빈은 가을 들어 약한 면모를 이어가며 두산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통산 포스트시즌 3패째를 떠안았으며 평균자책점 역시 7.58로 더 나빠졌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1회 초반에 4점을 주면서 힘들게 시작했다”며 “믿었던 (곽)빈이가 초반에 난조를 보이면서 먼저 실점을 한 것이 어렵게 흘러갔다. (그래서 상대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자신감을 가지고 피칭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1차전에서 총 36개의 공을 뿌린 곽빈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도 불펜에서 대기할 전망이다. 이 감독은 “(1차전 선발투수였던 곽빈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등판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내일 패하게 되면 올 시즌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든 투수가 대기한다. (불펜으로 나서 4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발라조빅도 준비해야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곽빈은 추후 있을 포스트시즌에서 가을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까.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