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잇는 시간과 생명... 올겨울 놓치지 말아야 할 '3일 3색' 현대미술전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5-12-26 19:0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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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김수안 인턴기자) 거장의 철학이 담긴 대규모 회고전부터 글로벌 디자인계가 주목하는 신예의 파격적인 실험까지, 올겨울 서울의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가 예술적 사유로 가득 찬 특별한 전시들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묻는 최재은, 사물의 변형을 탐구하는 김병섭, 그리고 비극을 치유의 색채로 승화시킨 레아 벨루소비치까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동시대를 조명하는 세 작가의 무대를 소개한다.




최재은 : 약속(Where beings Be)



2025. 12. 23 (화) ~ 2026. 4. 5 (일)










서울시립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최재은의 개인전 '최재은 : 약속(Where Beings Be)'을 지난 23일부터 오는 2026년 4월 5일까지 서소문본관 1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각과 영상, 설치, 건축을 아우르며 생명과 자연의 관계를 담구해 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최재은작가는 1975년 일본으로 건너가 전위예술의 중심지였던 소게츠 아트센터에서 이케바나(꽃꽃이)를 수학아며 자연과 시공간에 대한 독창적인 감각을 키웠다.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과 대표,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 전시 초청 등 국제 무대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져왔으며, 국내에서는 DMZ프로젝트인 '대지의 꿈'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시 제목인 '약속'은 작가가 제시하는 '공생지약'에서 출발했다. 이는 문명 이전부터 모든 존재가 실타래처럼 얽혀 함께 존재해왔음을 뜻하며, 인간과 자연의 상호 연대성을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루시' '경종' '소우주' '미명' '자연국가' 등 5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의 기후위기까지 하나의 시간 축으로 연결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560여점의 들꽃과 들풀을 압화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와 멸종된 종의 이름을 불러 사라진 존재를 환기하는 음향 설치 작업 '이름 부르기' 등을 통해 미미한 존재들의 생명력을 조명한다. 또한, DMZ 철조망을 녹여 만든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를 통해 인간이 만든 인위적 경계와 자연의 무경계를 대비시키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5년 의제인 행동과 행성을 중심으로 실천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개인의 작은 행동이 자연 회복과 공생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사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타모포시스



2025. 12. 19 (금) ~ 2026. 2. 22 (일)










한국을 대표하는 하이앤드 패션 하우스 송지오가 도산공원의 아트 패션 스페이스 '갤러리 느와'에서 글로벌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는 김병섭 작가의 개인전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2026년 2월 22일까지 진행되며, 작가의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를 국내에 처음으로 대규모 공개하는 자리다. 가구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김병섭은 도시의 경계에서 발견한 재료를 결합해 사물의 기능과 의미를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2024년 돌체앤가바나의 신진 디자이너 프로젝트 'GenD'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었으며, 올해 코펜하겐 '3 Days of Design' 등 유럽 유수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자개와 스테인리스를 결합한 파격적인 작업으로 글로벌 컬렉터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전시명인 '메타모포시스'(변태,변형)에 걸맞게, 1층 전시장에는 한국 전통 정자의 구조를 현대적 산업 자재인 H빔으로 재해석한 대형 파빌리온이 설치되어 관람객을 압도한다. 작가는 기능을 상실한 한옥의 기둥이나 자개장 문짝 등 과거의 파편들을 현대적인 금속 재료와 엮어내며,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물들이 공존하는 '시간의 궤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이는 세월의 흔적이 남은 재료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사물의 존재 의미를 다시 묻는 과정이다.



김병섭 작가는 "할머니 댁의 자개장 옆에 최신형 TV가 놓여 있는 한국 특유의 이질적인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과거의 재료가 현대적 산업 방식과 결합해 다시 기능하게 되는 순간, 즉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던 것들이 현재로 호출되는 변형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ㄹ가ㅗ 전시 소감을 밝혔다.




SURGE



2025. 12. 23 (화) ~ 2026. 2. 1 (일)










가나아트 남산은 프랑스 출신 신예 거장 레아 벨루소비치의 한국 첫 개인전 'SURGE'를 지난 23일부터 오는 2026년 2월 1일까지 개최한다.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벨루소비치는 뉴스 속 사회적 재난과 이미지의 폭력성을 탐구하며 유럽 현대미술계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양모 펠트'라는 독특한 매체다.



작가는 종교 행사나 축제 등 인파가 밀집된 순간 발생한 비극적 보도사진을 선택한 뒤, 그 안에서 빛과 색만을 추출해 펠트 위에 색연필로 수만 번 덧입힌다. 이 수행적인 노동을 통해 픽셀 단위의 선명한 참상은 해체되고, 화면에는 소용돌이치는 연기나 구름 같은 추상적 형상만이 남게 된다.



작품의 제목은 사건이 발생한 '도시명'과 '날짜'로 명명되어 실제 비극의 시공간을 가리키지만, 역설적으로 화면 어디에서도 폭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의 탈 폭력화과정이다. 충격을 완화하고 소리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 펠트는 상처 입은 이미지들을 감싸 안는 치유의 지지체가 되며, 날카로운 사건의 조각들을 침묵과 애도의 공간으로 치환시킨다.



벨루소비치의 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을 소거함으로써 오히려 "보지 않고도 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관람객은 안개처럼 부유하는 색채 사이에서 사건의 잔향을 느끼며, 타인의 고통을 소비해온 동시대 시각 문화의 윤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등 주요 국공립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며 국제적 입지를 다진 벨루소비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적 혼란을 숭고한 추상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드로잉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특정 사건의 기록을 넘어 이미지가 기억으로 침잠하는 방식을 묻는 명상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갤러리 느와, 가나아트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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