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시험법을 확대하는 방향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 시설이 새로 준공되며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FDA는 최근 단클론항체 치료제 등을 포함한 일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기존 동물실험 요건을 재검토하고, 단계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계산 모델, 인체 조직을 모사한 오가노이드, 인간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등을 활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체계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FDA는 이러한 전환이 과학적 예측력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동물 사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과학적 타당성이 확보된 범위 내에서 대체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넓히려는 정책적 방향 전환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전 문지캠퍼스에 대규모 동물실험 시설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해당 시설은 첨단 의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설계된 동물실험 전용 인프라로, 다수의 실험동물 사육 공간과 행동·대사·영상 분석 설비, 감염 동물 연구가 가능한 구역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측은 이 시설을 통해 유전자 변형 동물 제작, 질환 모델 연구, 신약 후보물질 효능 평가 등 고난도 바이오메디컬 연구를 수행하고, 외부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에도 개방해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미국 규제 당국이 동물실험 축소와 대체 시험법 확대를 제도적으로 모색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연구 역량 강화를 이유로 대규모 동물실험 기반을 확충하고 있어 국제적 흐름과의 온도 차가 드러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에 발맞춰 국내 연구 정책 역시 동물실험 대체 기술 개발과 제도적 수용을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시설 준공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동물실험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측력이 낮은 비과학적 방법”이라며 “이번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 시설 준공을 규탄하며,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대체시험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FDA를 비롯해 국제 사회가 동물실험을 줄이고 인간 중심의 대체 시험법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연구 정책 역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초·중개 연구 단계에서 여전히 동물모델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단기적인 연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동물실험 의존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대체 시험법 개발과 검증에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FDA의 정책 전환과 KAIST 동물실험 시설 준공을 둘러싼 논란은 생명과학 연구의 방향성과 윤리, 규제 체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