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현행 ‘경자유전’ 원칙에서 벗어나 농지의 합리적 이용과 보전을 중심으로 한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지를 매입·소유의 대상이 아닌, 안정적인 농업 활동을 위한 생산 기반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농지제도 개선 농업단체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임미애·오기형·이원택·문금주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비농업인 농지 소유 급증, 제도 한계 지적
발제자로 나선 박석두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는 “농지 소유자격 규제가 있음에도 2015년 기준 전체 농지의 43.4%가 비농업인 소유로 추정된다”며 “70세 이상 고령자 소유 농지가 29.5%를 차지하고 있어 영농 승계 현실을 고려하면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의 84%가 비농업인 소유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과 농지법의 임대차 금지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이사는 “농지가격이 영농 수익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영농 수입만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농지를 매입·소유의 개념이 아닌,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차해 이용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경 8년 이상일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현행 제도가 위장 자경을 부추기고 임대차 분쟁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농지법상 임대차 허용 항목 확대 ▷농지임대차 신고제도 도입 ▷농업진흥지역 내 임대차 신고 시 자경 여부와 관계없는 농지 양도소득세 면제 ▷농지 이용 조정과 집적·집단화를 전담할 농지관리기구 도입 등이 제시됐다.
박 이사는 “신고만으로 합법적 임대차로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지 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강순종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지 개혁 방향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통한 이용 실태 파악 ▷관리체계 일원화 ▷농지유지총량제 제도화를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현재 구축된 농지 정보는 현장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소유와 이용 실태를 명확히 하고, 분산된 관리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지 훼손은 식량자급률 하락으로 직결되는 만큼 최소 농지 면적 확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지 농용 중심으로 정책 축 이동해야”
이영근 법률사무소 온마음 변호사는 “고령화와 상속 증가로 소유와 이용의 분리는 이미 구조화됐다”며 “이를 막기 어렵다면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경작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지 제도의 근간을 소유 제한 중심에서 농지 농용 중심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지를 장기적으로 농업에 이용하도록 보전한 소유자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승민 한국4H중앙연합회 사무국장은 “농지 정책을 보유 중심에서 이용과 순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농지 가격 안정 장치 도입, 세대전환 직불 신설, 실경작자 중심 직불제 개편, 장기 영농권 도입 등을 요구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기환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장은 “변화된 농지 현실에 대응해 소유와 임대차 제도를 개선하고, 농지 임차 부담 완화와 농지 총량 보전, 관리 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지가 본래의 농업적 기능을 회복하고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영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유 중심 농지 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