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공식 대본집 출간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07 10:17:3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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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뉴스) 정상래 기자 = 지우고 털어내고 말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뮤지컬 <빨래>. 그 대본을 맡은 추민주 작가의 <빨래> 공식 대본집이 난다에서 출간된다.

20주년을 맞이한 <빨래>는 그동안 6,500회 이상의 공연을 통해, 130만 이상의 관객과 함께하며 건조한 마음을 촉촉하게 물들게 해주는 작품으로, 관객 마음속 눅진눅진 쌓여 있던 슬픔을 말려주는 따듯한 햇살로 자리매김해왔다. 옆집에 널린 빨래를 보면 그 집 사정을 알 수 있듯, 서울 하늘 아래 골목골목 나부끼는 저마다의 삶이 지닌 무게와 흔적, 그리고 그것들을 씻어내고 다시 입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빨래』 속 대사와 가사가 되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회사 가기 싫”고 “빗물 대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 1막 속 인물들, 직장동료와 함께 사장을 욕하며 “삼겹살은 제주 똥돼지가 최고. 자, 마시고 죽자!” 하는 2막 속 인물들의 외침은 삶의 묵은 때를 벗겨내듯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다. 마치 우리의 주말을, 우리가 어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빨래> 대본집은 두 개의 막과 열여덟 번의 노래, 창작 노트, 프로덕션 히스토리 및 작가의 말을 더해 완성되었다.

“소극장용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을 지시하는 깜박이를 막 켰”(장성희 극작가·연극평론가)던 이 작품은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 및 작사상, SFCC Awards 외신 기자상,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사작곡 및 극본상, 제6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즈 대상 수상과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되어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더불어 ‘뮤지컬 빨래 20주년 콘서트’ 관람권 약 3000석은 그동안 <빨래>를 사랑해온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9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2009 여성문화인상 수상 소감)은 추민주 연출가의 소망이 마치 비 오는 날의 우산처럼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관객들에게 또다시 선물한 셈이다.

“서울살이 여러 해, 당신의 꿈 아직 그대로인가요?”

퍽퍽한 서울살이에 작가라는 꿈을 잊어버린 나영, 월급을 받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빨래』에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라는 질문이자 노래가 대본의 처음과 끝에 놓인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살이 몇 핸가요?」 질문에 서울살이 10년 차 부부는 적금통장과 부부금실을, 6년 차 직장여성은 “생리휴가, 육아휴직 그런 것들은 없어요”라며 잃은 것들에 한탄한다. 그들의 마지막 노래, 「서울살이 몇 핸가요?—리프라이즈」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배운 “고마워, 잘 지내, 또 만나요”가, “새겨질 방 찾아 떠돈 시간” 동안 닳지 않고 간직해온 그들의 꿈이 자리한다. 이전에 등장했던 곡을 극중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다시 노래하는 ‘리프라이즈’. 막이 지나고, 책장을 왼쪽 오른쪽 넘겨가며 가사를 비교해보는 것은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대본집에서만 소유할 수 있는 온전한 경험이기도 하다. 빨래처럼 흔들리다 떨어질 우리의 일상이지만 얼룩을 지우고, 먼지를 털어내고, 햇볕에 말려내며 우리의 슬픔과 상처가 씻겨나가길 그는 소망한다. 어떤 힘듦도 노래로 표현한다면 조금이나마 웃음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뮤지컬 대본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때로는 냉수로 시원하게, 때로는 온수로 뭉근하게 우리 마음속 묵은 때를 벗겨내준다.

가을 햇살은 눈부시고,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을 닮은 하늘색의 표지. 빨래가 기분 좋게 마를 것만 같은 그 날씨 위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듯 포근한 이불 한 겹을 덮어주었다. 대본은 작가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공연 중 배우들이 현장에서 즉흥으로 내뱉은 말이 대사가 되기도 한다. 1회의 공연을 위해 10명의 배우와 40명의 스태프가 필요하듯 <빨래>가 받아온 20여 년의 응원을 기억하기 위해 동료 서른 명의 이름을 책 뒤표지에 담았다. 20년이 지나도 무서운 집세와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부당한 노동 문제는 여전하다. 이 문제들을 향한 『빨래』의 대사 한 줄 한 줄이 여전히 유효하기에, 저마다의 빨랫감을 들고 서로에게 건네는 "안녕"이라는 인사가 아직 우리에게 필요하기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빨래의 시대적 배경은 항상 현재에 놓여 있었고 그 현재는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였다.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바람이 우릴 말려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우리가 말려줄게요.”

* 이 책의 초판 인세는 작가의 뜻에 따라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에 기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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