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요록’이 바꾼 김치사... 새롭게 드러난 배추김치의 '진짜 기원'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5-08-14 16:51:4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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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이주환 기자) 오랫동안 믿어온 배추김치 기원이 기존에 알려진 18세기보다 300년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일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는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1450년경 간행된 조리서 ‘산가요록’에 수록된 ‘백채(白菜) 물김치’ 조리법이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배추김치 관련 기록이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배추김치의 기원은 종전 통설인 18세기 이후가 아니라 약 300년 앞선 15세기 중엽으로 올라가게 됐다.



연구진은 통설의 뿌리가 1716년 ‘산림경제’의 인용 오류에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 홍만선이 중국 농서 ‘신은지’와 조선 농서 ‘한정록’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백채’를 ‘머휘(머위)’로 표기했고, 이 실수가 학계에서 장기간 검증 없이 반복 인용되며 배추김치 기원을 18세기로 고정시켰다는 것이다.









‘산가요록’에는 “깨끗이 씻은 백채 한 동이에 소금 삼 홉을 뿌려 하룻밤 재운다. 다시 씻어내고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붓는다”고 기록돼 있다. 연구팀은 여기서의 ‘백채’를 머위가 아닌 배추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점을 문헌·조리 절차·식물학 분류를 통해 교차 검증했다.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고문헌과 조선시대의 농서·음식·어학서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홍만선의 오류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며 “‘산가요록’을 비롯한 조선 전기의 주요 문헌에 등장하는 백채가 머위가 아니라 배추임을 사료적·조리학적·식물학적 근거로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고유 나물인 머위를 한자로 백채로 표기한 적이 있지만, 중국에서 들어온 배추 역시 백채라 불러 혼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조선 전기 주요 문헌에 등장하는 ‘백채’는 머위가 아닌 배추임을 역사·조리·식물학적 근거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추가 조선 전기, 더 나아가 고려 말기부터 한반도에 유입되어 귀한 식재료로 널리 자리 잡았고 이를 활용한 김치 제조법이 이미 널리 보급되었음을 이번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혔다”고 덧붙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이번 성과가 배추 도입 시기와 김치 조리 문화의 전개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술지 ‘한국문화’ 110호에 게재됐다.



사진=세계김치연구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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