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위스키와 19억짜리 건물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5-07-09 01:57:1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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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뉴스=신광훈 필진기자] 어느 부동산 투자자의 경험담을 들었다. 이 분은 50년된 상업용 건물을 19억에 구입했다고 한다. 주위의 모두가 말렸다. 오래되고, 구조도 나쁘고, 쓸만하게 고치는 데에도 수 억이 들어가는 그 건물을 도대체 왜 사느냐고.



그런데 이 분은 건물을 보고 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조사를 통해 이 건물에는 숙박업 허가증이 따라 오는 것을 알고 산 것이라고 했다. 그 주위에는 이제는 더 이상 숙박업이 허가가 나지 않고, 지방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올라갈 동네라는 판단으로 그 건물을 샀다고 했다.









구매 후 수리에만 3억을 썼지만, 예상대로 사업이 잘 되는 덕분에 지금은 이익만 매달 2천만원 정도이고, 이자나 관리비 등을 다 제해도 매달 순 수익이 천만원은 된다고 하니, 이젠 남들이 부러워하는 투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며칠 전에 본 오징어게임이 생각나서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여유를 내어 오징어게임 마지막 시리즈를 정주행했다. 혹평도 많지만,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다니 재미는 보장된 셈 아닌가. 과연 보는 내내 지루할 겨를은 없었고, 결말에서 나름의 감동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프런트맨으로 나온 배우 이병헌이 마시던 위스키 한 병이었다. Glenallachie 21년산.









팬데믹 동안 나는 위스키에 입문했었다. 한국에서도 친구들과 3차로 편의점에서 집어 든 위스키를 마신 적은 있지만, 높은 도수의 술을 찾은 것이니 맛을 알고 즐긴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몇 년간 공부하고 마시면서, 이제는 영국 위스키를 지역별로 구분할 수 있고, 스카치와 버번도 구별하게 되고, 위스키 경매에 참여해 술테크까지 시도한다.



Glenallachie 는 한국에서 한창 인기 있었던 Glendronach 21년산을 제조하던 위스키 업계의 전설이자 마스커 디스틸러인 빌리워커가 Glendronach 브랜드를 떠나 새롭게 자리를 잡은 증류소이고, 내가 회원 가입해 둔 증류소 중 하나다. 신제품이 나오면 이메일로 알림이 오는데, 하필이면 드라마 보기 바로 전 주에 Glenallachie 21년산의 Batch 6출시와 구매에 대한 알림 이메일이 왔었다.



그런데, 마침 이병헌이 그 술을 마시고 있었으니 이병헌보다 위스키 병에 먼저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위스키를 주문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가격. 배송까지 고려하면 한 병에 약 70만 원이 될 것 같은데, 구하기 어려운 술이라는 건 알지만 술 한 병에 그 돈을 쓰기엔 망설여졌다.



그런데, 앞선 부동산 투자 이야기를 듣고 내 결정의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 배낭을 천만 원에 사라고 한다고 상상해 보자. 대부분은 “미쳤어?” 하며 거절할 것이다. 배낭 하나에 천만 원이라니. 하지만 부자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결정하기 전에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 “그 가방 안에 뭐가 들어 있죠? 그 가방의 가치는 뭐죠?”



누가 아는가. 그 안에 1억에 당첨된 복권이 있다면, 혹은 그 가방이 1억의 가치가 있는 유명 인사의 소장품이라면, 그럼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매 비용인 천만 원이 '비용'이 아니라 1억을 벌기 위한 '투자'가 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부자들은 그들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고, 잊지 않으려고 수없이 되뇌었던 내용이었다 - ‘비용’을 먼저 보는 사람은 가난해지고, ‘가치’를 먼저 보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 그런데도 또 가격만 보고 결정을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고 방식의 차이는 단순히 돈 많은 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책 한 권을 사면서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 책이 인생을 바꾸는 통찰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돈을 낸다. 전자는 ‘비용’을, 후자는 ‘가치’를 본다. 그러다보니, 비용 중심의 결정은 교육, 자기계발, 경험 같은 것에 인색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것들은 눈 앞의 돈과 시간을 요구하지만, 당장의 보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현재의 안정을 좇게 되고, 많은 경우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



모든 지출은 ‘비용’인 동시에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이 시간과 비용으로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라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그것이 습관이 될 때 남들이 돌아보지도 않는 기회를 얻는다.



직장을 다니든, 사업을 하든 이제는 우리도 마찬가지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이 질문 안에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이 가격에는 어떤 가치가 숨어 있을까?”




그래서 나는 고민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Glenallachie 21년산 Batch 6, 정말 70만 원의 값어치를 할까? 더 비싼 가격에 경매에 되 팔 수 있을까?”



단순히 비싼 술이 아니라, 흔히 구할 수 없는 술이라는 희귀성에, 이제는 연로한 빌리워커의 나이, 거기에 오징어게임이라는 세계적 콘텐츠의 일부가 된 스토리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담긴 병이라면, 어쩌면 가격보다 큰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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