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LPBA 챔피언십 2025' 4강전 결과,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와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가 나란히 상대를 4:0으로 셧아웃시키며 결승에 진출했다.
'전설' 앞에 멈춘 아름다운 도전, 산체스 vs 이승진
8강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생존하며 '나홀로 분투'를 이어온 이승진의 돌풍은 '스페인의 당구 전설' 산체스 앞에서 아쉽게 멈췄다. 많은 이들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했던 이 경기에서, 이승진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대회 평균과 비슷한 애버리지 1.50을 기록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신의 샷을 구사하며 박수받아 마땅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상대는 '3쿠션 4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였다. 이날 산체스는 그의 명성을 증명 하듯 애버리지 2.50의 미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승진이 잘 친 공은 산체스의 더 완벽한 샷으로 응수되었고, 모든 흐름은 산체스의 큐 끝에서 만들어졌다. PBA 원년부터 45번의 도전 끝에 생애 첫 4강에 오른 이승진의 감동적인 여정은 그렇게 '전설의 품격' 앞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소문난 잔치'의 싱거운 결말, 초클루 vs 사파타
앞서 오후 1시 30분에 열린 초클루와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의 '빅매치'는 예상과 달리 초클루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승패를 가른 것은 사파타의 극심한 부진에 따른 자멸이었다. 이번 대회 평균 1.578의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사파타는 이날따라 영점을 잡지 못하며 애버리지 0.970이라는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그의 장기인 폭발적인 하이런은 단 한 차례도 터지지 않았고,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초클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세트 8이닝째 터진 하이런 8점으로 기선을 제압한 초클루는 이후 2세트 15:5(12이닝), 3세트 15:5(5이닝), 4세트 15:8(10이닝)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한 초클루의 애버리지는 1.714로, 부진했던 사파타와는 0.75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최후의 결전 '스페인 전설' 산체스 vs '튀르키예 신사' 초클루
이로써 2025-26시즌 개막전의 왕좌는 두 해외파 강자들 간 맞대결로 결정된다. 이번대회 4강전까지 각각 치른 6경기에서 평균 애버러지 전체 1위(산체스 1.840)와 2위(초클루 1.833)를 기록한 두 선수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막상막하다. '4대천왕'의 이름값에 걸맞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 산체스와,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튀르키예 신사' 초클루의 기세 모두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로써 두 명의 '셧아웃 승자'가 오늘 밤 9시, 우승 상금 1억 원을 놓고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3쿠션의 전설이자 여전히 세계 최강의 기량을 뽐내는 산체스와, PBA 무대에 완벽히 적응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는 초클루의 만남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