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박영현(KT 위즈)을 두고 한 이야기다.
박영현은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대비 대만프로야구 웨이치안 드래곤즈와의 경기에 9회초 등판했다.
이날 경기는 연습경기로 8회까지만 정규 이닝으로 진행됐다. 9회에는 각 팀 합의하에 승부치기가 진행됐다.
한국은 선발 임찬규(2이닝 무실점)를 시작으로 최승용(1이닝)-김서현(0.2이닝)-유영찬(0.1이닝)-정해영(0.1이닝 1실점)-최지민(0.2이닝)-곽도규(0.1이닝)-이영하(0.2이닝)-조병현(0.2이닝)-소형준(0.2이닝)-김택연(0.2이닝)이 나서 8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유일한 실점 투수는 정해영이었다.
그리고 4-1로 앞선 9회초 무사 1, 2루에서는 박영현이 올랐다. 쟝사오홍에게 희생번트를 내주며 1사 2, 3루가 되었지만 박영현은 자신의 강력한 속구를 앞세워 상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압도적인 구위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이후 한국은 9회말 승부치기 상황에서 박동원의 1타점 적시타를 더하며 5-1로 이겼다. 쿠바와 평가전 2연승에 이어 대만에서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연습 경기도 승리를 가져오며 기분 좋게 13일 대만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표팀에는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가운데 무려 5명이 뽑혔다. LG 유영찬, KIA 정해영, SSG 조병현, 두산 김택연 그리고 박영현이었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박영현이 국대 마무리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감독은 “(박영현이) 9회 승부치기 때 잘 막아줬다. 결국 마무리 투수는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가 있어야 한다”라고 극찬했다.
김택연도 “대표팀 마무리는 당연히 영현이 형이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국제 대회 경험도 많고 누가 봐도 영현이 형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구위 좋은 선수가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신고 졸업 후 2022년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박영현은 데뷔 시즌인 2022시즌 52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 3.66을 기록했다. 올 시즌 전까지 데뷔 후 두 시즌 동안 셋업맨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23시즌에도 68경기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 2.75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연소 홀드왕에 자리했다.
올 시즌에는 마무리로 보직을 이동했다. 전반기는 35경기 6승 2패 11세이브 평균자책 4.83으로 주춤했지만 후반기는 31경기 4승 14세이브 평균자책 2.02로 호투했다. 66경기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 3.52.
지난 8월 28일에는 KBO리그 역대 11번째 10승-20세이브 클럽에 가입했다. 1984년 OB 윤석환의 12승 25세이브를 시작으로 1990년 빙그레 송진우 11승 27세이브, 1993년 해태 선동열 10승 31세이브, 1996년 구대성 18승 24세이브, 1997년 LG 이상훈 10승 37세이브, 1997년 해태 임창용 14승 26세이브, 1999년 두산 진필중 16승 36세이브, 1999년 삼성 임창용 13승 38세이브, 2002년 삼성 노장진 11승 23세이브,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 20승 34세이브에 이은 대기록이다.
또한 승률 0.833을 기록하며 0.813의 NC 다이노스 카일 하트를 제치고 2005년 오승환(승률 0.909) 이후 19년 만에 불펜 투수 승률왕에 이름을 올렸다.
롤모델 오승환처럼 국가대표 마무리를 꿰차 뒷문을 지키는 박영현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타이베이(대만)=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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