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보수 진영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윤 전 장관과 함께 적대적 진영 대결을 우려한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대표 회담을 거듭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과 오찬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만나 한 대표의 '민주당 헌정파괴' 발언을 두고 "정치인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고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 중요한 영역"이라고 언급했다.
한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헌정 위기를 조장하는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 지금 나라 상황이 너무 어렵다. 특히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고 이렇게 서로 적대적으로 가는 상황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자주 만나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상황이 나쁘고 서로 껄끄러울수록 만나서 문제들을 다 드러내 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님,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겠다"고 거듭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2시께부터 약 1시간40분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과 오찬 회동을 진행하며 정국 현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 대표를 만난 윤 전 장관은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지 않나"라며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그런 점에서 저는 지금 정부가 그렇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이 대표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쉽게 지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 지금 대통령이 저렇게 국민 신뢰도가 낮으니,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며 "윤 대통령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적 지지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은데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가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도 우려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장관의 우려에 "저희도 국가가 워낙 불안정해지니까 그게 국민들 삶에도 악영향이 너무 크고 정국이나 국정 운영이 안정되면 좋겠다"고 했다.
여야 대치 정국을 우려하는 대화도 오갔다.
윤 전 장관이 "국정은 길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여야가 공히 책임이 있고 힘을 합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여야는 이상하게 적대적 관계가 돼 버려서 작은 나라가 분열돼 역량을 모으지를 못하니까 정말 딱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제가 여의도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제일 답답한 게 (그것이다.) 정치인들은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만나야 한다. 싸우더라도 감정적으로 싸우면 안 된다"며 "지금은 정치인들이 진짜 서로 미워한다. 감정적 적대감이 있다.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개된 자리에선 부딪히더라도 그렇지 않은 곳에선 인간적인 얘기들도 하고 서로 상처주지 않아야 하는데, 공적인 자리 외에는 만남도 없고 적대적 감정이 있어 회복이 안 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얘기를 해야 한다. 길이 없어보여도 얘기하다보면 길이 생기고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정치가 전쟁 상태라며 안타까워하자 윤 전 장관은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