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방치된 건설기계가 약 1만4000여대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강원 원주을·3선)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7월 기준 정기검사 유효기간을 6개월 이상 초과한 미수검 건설기계가 1만4306대에 달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특히 이 중 약 50%에 해당하는 6558대는 10년 이상 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르면, 건설기계는 기종에 따라 6개월에서 3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등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건설기계가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미수검 상태로 건설현장에서 운용되고 있어 국민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4년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건설기계 사고는 1382건, 사망자는 169명에 달한다. 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건설기계의 노후화와 결함으로,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건설기계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같은 미수검 건설기계가 과태료와 행정처분 절차의 미흡으로 인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건설기계는 정기검사 유효기간이 지나면 31일 후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이후 3일마다 10만원씩 추가, 최대 300만원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이후 지자체에서 검사명령을 내리거나 직권말소를 할 수 있음에도, 구체적인 발부 시기나 처분 기준이 없어 신속한 행정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1만대 이상의 건설기계가 3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한 채,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즉각적인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송 의원의 설명이다.
또한 미수검 건설기계가 대량으로 발생한 주요 원인 중 턱없이 부족한 검사소라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건설기계는 55만3106대에 달하지만, 상설 검사소는 18곳, 출장 검사소는 42곳에 불과해 전국 총 60곳의 검사소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루 평균 400대 이상의 건설기계를 검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출장검사소의 경우 주 2~3회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검사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건설기계 검사를 담당하는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은, 미수검 건설기계 행정처분의 권한이 지자체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정기검사에 대한 적극적 독려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중장기 목표로 ‘미수검 건설기계 제로화’를 내세웠지만, 실제 처리된 성과는 미미한 상황인 만큼 지자체와 관리원의 협력으로 책임 있는 건설기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기헌 의원은 “미수검 건설기계 방치로 인해 국민과 건설현장이 위험에 처해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제도적 빈틈을 하루빨리 개선하고, 건설기계 관리체계가 보다 확실히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원의 책임있는 실천과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