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참석차 순방에 나선 터라 전자 결재 방식으로 재가가 이루어졌다.
이날 윤 대통령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순직해병특검법),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되어야 한다"며 "또한,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21일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한 차례 행사했다. 이후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던 채 상병 특검법이 지난 4일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야권 단독으로 강행 처리되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전망에 무게가 실렸었다.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은 이송 다음날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권한 행사 시점이 이달 중순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법안 이송 나흘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써 특검 수용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단호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독소조항이 더 많아진 데다,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만큼 거부권 행사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이날까지 총 15개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상병특검법(2회), 전세사기특별법,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