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실패 통해 다시 되새겨 보는 레전드의 조언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1-08-09 09:21:0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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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레전드이자 고우석의 팀 선배였던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 위원은 한 경기 해설 도중 후배인 고우석에게 조언을 건넸다.

박 위원은 현역 시절 2504안타로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LG의 레전드다.

7월11일 잠실 LG-두산전을 중계한 박 위원은 "고우석이 좀 더 좋은 마무리 투수가 되려면 보다 확실한 변화구가 하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변화구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이 확실하다면 더 나은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삼진 숫자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고우석의 투구를 평가했다.

고우석은 150km가 넘는 광속구가 주무기인 투수다.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그 힘 있는 패스트볼 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상대의 헛스윙을 확실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구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우석은 올 시즌 29이닝을 던지는 동안 29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이닝 당 정확하게 1개 꼴이다.

최근 삼진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시즌 초반엔 삼진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물론 이 수치 속에는 시즌 초반의 기록이 포함돼 있다. 고우석은 4월 한 달 동안 6개의 삼진을 잡는데 그쳤었다.

박 위원은 이후 MK스포츠와 인터뷰 자리에서 "마무리 투수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삼진을 잡는 능력이 필요하다. 위기의 순간에 맞춰잡는 투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플레이 타구는 언제든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선 압도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맞춰잡는 투구도 통할 수 있다. 국제 대회는 다르다. 고우석 정도의 스피드에 적응돼 있는 타자들이 많다. 스피드 하나만으로는 상대를 압도하기 어렵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 한 방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가 노림수를 좁히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선 코너에 몰리면 패스트볼 먼저 찾게 돼 있다. 다른 구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좋은 투수지만 보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되기 위해선 언제든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거나 확실하게 상대의 방망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구 하나 쯤은 확실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의 조언대로 조상우가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것은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유용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이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던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인 것이 도움이 됐다.

마무리 투수는 대부분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투수도 긴장하지만 야수도 긴장한다.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면 꼭 안타성 타구가 아니더라도 야수들의 실수가 나오기 좋은 환경이 된다. 긴장감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에게 삼진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야수들에게 부담을 줄여주며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높아질 수록 신뢰도 높아지고 결과도 더 좋아질 수 있다.

고우석에게 보다 많은 삼진을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웃 카운트 중 삼진의 비율이 좀 더 높아질 때 보다 완벽한 마무리 투수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 박용택 위원의 생각이다.

고우석에게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커브가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커터를 장착해 활용하고 있다. 커터를 포함한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235로 높지는 않다. 하지만 삼진을 유도할 정도로 예리한 각도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커터도 삼진용이라기 보다는 맞춰서 잡는 용도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

확실하게 스윙을 이끌어낼 만한 구종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고우석의 단조로운 볼 배합은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일본과 승자 준결승 8회 2사 만루. 고우석은 초구에 패스트볼을 던지다 야마다에게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고우석이 다른 변화구가 많지 않다는 전력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한 노림수였다.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변화구가 있었다면 만루 위기서 초구부터 승부구로 패스트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만 했다면 야마다의 노림수도 빗겨갈 수 있었다. 야다마는 경기 후 "대기 타석부터 초구에 패스트볼을 노리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볼넷으로 만루가 된 이후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 고우석이 택할 수 있는 공은 패스트볼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노림수에 제대로 걸렸다.

하지만 고우석에게는 자신있는 변화구가 없었다. 초구가 볼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빠른 공으로 빠르게 승부를 들어갔다. 결국 그 선택이 패착이 되고 말았다.

야마다는 정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패스트볼 타이밍에 스윙을 했고 그 결과는 싹쓸이 2루타가 됐다.

고우석의 경우라면 슬리아더를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공이 빠르기 때문에 피칭 터널만 길게 끌고 나와 준다면 슬라이더에 헛스윙이 나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고우석은 좋은 마무리 투수다. 하지만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투수라 할 수 있다. 좀 더 확실한 변화구까지 장착이 된다면 고우석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 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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