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 못 깨는 국민의힘

[ 대구일보 ] / 기사승인 : 2021-04-25 15:06:4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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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이럴 줄 알았다. 제1야당 국민의힘이 그만큼 수모를 당하고도 잠시 승리에 취해 갈피를 못 찾고 있다. 곧 나락으로 떨어질 줄 모르고 희희낙락이다. 국민의힘의 한계다. 정권 교체의 절호의 기회가, 복덩이가 넝쿨째 집안으로 굴러들어왔지만 촐싹대다가 놓쳐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좌표를 잃은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여당에게는 야당이 각성제를 주사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한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과거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감옥에 오래 있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려달라”고 사면을 요구했다. 반면 사면은 현재 국민들의 어려움이나 민생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 사면 논의가 불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가세했다.

-승리에 취해 길 잃은 국민의힘 앞길 ‘막막’

사면론의 서 의원은 보수에 사망 선고를 내린 '박근혜 탄핵'을 공개 부정해 당 내외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보선 승리에 힘입어 금기시됐던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유권자의 염원을 배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을 떠난 후 국민의힘을 공격해 야당 지지층을 혼란에 빠트렸다. 당 중진들은 “노욕에 찬 정치 기술자”라며 ‘상왕 김종인’의 복귀를 경계했다. 서로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상대방을 욕하고 있다. 재보궐선거 이후의 겸손 모드는 오간데 없다. 이대로 차기 대선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경선전에 들어갔지만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각에서 젊은 층을 당 대표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 쇄신론도 잠잠하다.

범 야권 통합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국민의당과 서로 유불리를 재다 보니 진척이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맞잡은 손이 무색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도 황소걸음만 하고 있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문제다. 당직자를 폭행한 한 의원은 결국 자진 탈당했다. 차기 대구시장을 노리는 의원은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4·7 재·보궐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에 투표한 사실이 드러나 지역민들의 호된 비난을 샀다. 의원들은 부산의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투쟁성과 용기도 없다. 아직도 과거 속에 머물러 있다.

-공정에 눈뜬 2030 세대에 주목해야

국민의힘은 정부 여당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얻은 호기를 날려버릴 상황이다. 따놓은 점수를 다 까먹을 위기다. 반면 빈사지경에 몰렸던 문재인 정권은 야당의 지리멸렬한 형세에 다시 기운을 차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국민의힘이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자 희색 만면이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주저앉힐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모양이다.

세상이 바뀌고 정치의 패러다임과 리더십의 형태가 바뀌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주력은 여전히 ‘꼰대’들이다. 산업화 시대의 어른들은 이제 침묵할 때다.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역사의 장막 뒤로 물러서는 것이 순리다. 공정과 정의로 무장한 2030 세대가 기다리고 있다.

중심축을 50대 이하로 이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차세대 리더를 배출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당 속에서 싸우고 다투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지지층이 생기고 정권을 잡았다.

시대는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과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민주당은 “반도체 같은 현실은 못 보고 과거에 빠져 생각이 멈췄다”는 최진석 교수의 분석은 국민의힘에도 유효하다. 탄핵과 적폐 청산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다. 더 이상 연연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2030 세대의 공정과 평등 요구는 시대정신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지명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오역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의 묘비명이 국민의힘 것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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