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2루주자, 그 후 20년②] “우린 모두 빚진 것…이렇게라도 임수혁 석 자 기억해주길”

[ 스포츠동아 ] / 기사승인 : 2021-04-16 07:3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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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 팬들이 임수혁을 그리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와 함께했던 이들은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가 잊혀지는 걸 아쉬워했다.


조성환 한화 이글스 수비코치에게 2000년 4월 18일은 여전히 후회로 남아있다. 잠실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전 도중 故임수혁이 2루 베이스 옆에서 쓰러졌을 때, 타석에 있던 이가 조 코치다. 모든 동료들이 임수혁을 향해 뛰어나올 때 다리가 얼어붙은 조 코치는 움직이지 못했다.

조 코치는 당시 임수혁의 룸메이트였다. 7살 선배 임수혁은 조 코치를 늘 “꼬맹이”라고 불렀다. 조 코치는 “세대차이가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차였지만, 격의 없는 선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롯데를 ‘분위기의 팀’이라고 하는데, 그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제일 힘쓴 선배가 내 기억엔 수혁이 형”이라고 회상했다. 조 코치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안면부에 투구를 맞아 구급차에 실려 갔다. 당시 의료진은 “초기 대응이 잘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조 코치는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던 선배가 후배를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주형광 양정초 감독은 비극이 있기 하루 전 임수혁과 강성우(전 KT 위즈 배터리코치), 두 포수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주 감독은 “1994년 시즌 후 하와이 윈터리그에서 두 달 반 동안 동고동락했다. 연차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워낙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편하게 대했다. 이것저것 재지 않는 화끈한 선수라 마운드에서 호흡을 맞출 때도 든든했다”고 회상했다. 고인이 가장 아끼는 후배로 첫손에 꼽히는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수혁이 형을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동기동창인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주위에 늘 친구가 많았다. 당시 1학년은 4학년 옆에 가기도 힘든 분위기였는데, 늘 말을 먼저 건네며 후배들을 웃게 만들었던 친구”로 고인을 떠올렸다.

취재를 위해 고인과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모두가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전했다. 세월이 흐르며 모두의 기억 속에서 고인이 잊히는 걸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코치는 “롯데 팬들은 여전히 수혁이 형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대호, (손)아섭이 등 고참 선수들도 자선행사 등을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1년에 하루, 기일이라도 많은 분들이 수혁이 형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주형광 감독의 말은 그래서 큰 의미를 지닌다.

“나를 비롯해 지금 야구를 하고 있는 모든 후배들은 수혁이 형에게 빚을 지고 있다. 당연한 일을 안 하던 시기였는데 비극 이후 모두가 심각성을 깨달았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여건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게 만들어준 이는 정작 잊히고 있다. 4월 18일이 다가올 때만이라도 수혁이 형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한다면, 그 마음이 선배에게 전해질 것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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