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인공지능(AI) 칩 개발 스타트업 그로크(Groq)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두고 인수·합병(M&A) 시 발생할 수 있는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투자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전날 메모에서 엔비디아의 거래에 대해 "반독점 문제가 주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비독점 라이선스 형태로 거래를 구조화하면 경쟁이 존재한다는 형식적 명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 주식 매수를 권고하고 목표주가를 275달러로 제시했다.
지난 24일 그로크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로크의 추론 기술에 대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번 계약의 일부로 그로크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와 사장 서니 마드라 및 다른 팀원들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의 발전과 확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거래에 대해 보도자료나 성명 등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CNBC는 그로크 측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그로크의 기술 등 자산을 현금 200억달러(약 29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 설립된 그로크는 지난 9월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약 69억달러(약 10조원)로 평가받았다.
이 스타트업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추론 관련 작업 속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는 AI 가속기 칩을 설계해 왔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로스는 과거 구글에서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을 만든 개발자 중 한 명이다.
로이터 통신은 그로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칩을 사용하지 않는 여러 신생 기업들중 하나로,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메모리 수급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짚었다.
월가에서는 이번 거래가 AI 모델 학습·훈련뿐 아니라 추론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회사 캔터 분석팀은 이날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그로크의 자산을 인수함으로써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엔비디아의 AI 시장 전반에 걸친 리더십을 강화할 뿐 아니라 경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매수 추천과 목표주가 300달러를 유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팀도 엔비디아의 이번 거래를 "놀랍고 비싸지만, 전략적"이라고 평가하며 "엔비디아가 AI 모델 학습에서 추론으로의 급속한 전환에 더 전문화된 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월가의 이런 긍정적인 평가 속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보다 1.02% 오른 190.53달러에 마감했다.
한편 그로크는 2023년 8월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혀 한국에서도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시 그로크는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공장의 고객으로 알려진 첫 번째 기업이어서 더 주목받았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