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타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지난 3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제69차 환경리더스포럼은 ‘AI가 여는 녹색전환’을 주제로 인공지능(AI)과 환경, 에너지 정책 간의 접점을 본격적으로 조명했다. 한국환경한림원이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학계, 산업계, 정책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AI 기술의 양면성을 중심으로 미래 환경 거버넌스의 방향을 모색했다.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인사말에서 “인공지능 기본법 제정과 국가 인공지능 전략위 격상, 그리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정책 통합의 전환점”이라며 “AI는 기후 예측 고도화, 에너지 시스템 최적화, 환경 모니터링 효율화 등에서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도전의 시기에 AI는 기회이자 위험이며, 이를 균형 있게 다루는 논의가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기후 연구를 바꾸는 AI의 역할

첫 발제에 나선 최종웅 인코어드 테크놀로지 대표는 AI 시대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 문제를 조명했다. 그는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력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인프라”라며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이 전력 품질 저하, 무효전력 증가, 통신·용수·냉각 등 다양한 인프라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전력망은 여유 용량이 부족한 ‘위 그리드(Weak Grid)’ 구조로, 데이터센터의 부하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AI 인프라의 지역 분산, 전력 이중화, 스마트망 고도화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대표는 “AI 도입이 재생에너지 100%와 결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정책적 난제를 넘어야 한다”며 전력 수요의 변동성과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한계, 원자력과 화력발전의 램핑(ramping) 대응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AI 기술이 에너지 수요를 증폭시키는 만큼,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반의 에너지 가상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실제 자신이 설계한 플랫폼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이 AI 기반 에너지 시스템을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함유근 서울대학교 환경관리학과 교수는 AI가 기후 연구 전반에 가져올 구조적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AI는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복잡한 기후변수의 상호작용을 실시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AI가 기상 예측, 대기질 분석, 기후 시나리오 설계 등에서 기존의 통계 기반 방법보다 정밀도와 대응속도를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정형 데이터의 분석 능력은 기존 센서 기반 감시 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으로 평가했다.
나아가 함 교수는 “AI는 정책 설계 단계에서 시나리오별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정책결정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할 수 있다”며 기후재난 예측, 대기오염 경보, 지역 맞춤형 환경계획 수립 등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기후문제는 예측보다 대응이 중요한 영역”이라며 “AI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역 및 부문별 맞춤형 전략을 가능케 하는 데이터 기반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소비와 지속가능성 사이, 정책과 기술의 접점은?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환경 분야 각계 전문가들이 AI와 녹색전환 간의 긴장과 접점을 짚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AI는 기후 재난 예측과 에너지 효율화에서 긍정적 가능성을 지니지만, 전력소비 급증과 자원 부담이라는 이중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 대규모 모델이 가져오는 환경 비용을 지적하며 “미국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전체의 10%를 넘어서는 중이며, 구글조차 2030년 탄소중립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인정했다”고 언급했다.
김영선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AI 기술 활용의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뒷받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AI가 하수처리장 등 환경 인프라와 융합될 수 있다”며 “하수 열회수, 바이오가스 활용, 냉각 효율화 등 실증적 방안으로 연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융합형 전략은 해외 개발협력사업(EDCF)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김한수 경기연구원 센터장은 기후정책 설계에서 AI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기후정보 수집과 지역 기반 모델링에 AI를 접목해 정책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며 “AI 활용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지역 맞춤형 정책 지원 수단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한혜진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자료를 통해 환경관리 영역에서 AI의 구조적 진화를 제시했다. 그는 ‘자동화-데이터 기반-다학제 협업’의 세 축을 중심으로 정수장 운영 고도화, 비정형 데이터 실시간 분석, 분야 간 통합 협업이 AI 도입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한 선임연구위원은 “AI는 도구일 뿐이며, 기술 적용의 성패는 조직과 개인의 수용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