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기후소송이 급증하며 각국 정부의 기후행동을 법적 기준으로 규정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후소송네트워크가 발표한 보고서는 기후정책 수립 과정에서 법적 책임이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공공 인식과 규제기관의 위험 평가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점은 2015년 네덜란드 우르헨다 재단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다. 동일 연도 파리협정 채택 이후 전 세계 개인과 시민사회는 각국 법원을 통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움직임을 이어 왔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약 3000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제사법재판소가 발표한 국가 기후책임 관련 판단도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해당 결정은 국가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국제법상 불법이 될 수 있으며, 가능한 최고 수준의 감축 목표를 채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연구진은 이 결정이 다수의 진행 중인 기후소송에 법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소송네트워크 공동국장 사라 미드는 “10년 전에는 도덕적 요청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법적 의무로 전환되고 있다”며 “대규모 배출 기업이 책임 없이 오염을 이어가던 상황이 더 이상 법원에서 용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가별 소송 결과가 정책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영국, 스위스 등 여러 국가에서 기후법과 탄소중립 계획이 개정 또는 조정되는 중이며, 호주에서는 일부 화석연료 사업이 법적 판단을 이유로 중단된 사례가 보고됐다. 하와이는 교통 부문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기반이 확장되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책임 소송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독일 RWE, 프랑스 토탈에너지, 영국 셸, 미국 엑슨모빌 등 주요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기업 기후책임을 둘러싼 규범 형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우르헨다 재단 소속 법률 고문 데니스 판 베르켈은 “법을 활용해 사람과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과거보다 훨씬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기후소송네트워크는 우르헨다 재단의 소송 전략을 확장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각국 법적 대응을 지원하며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국제적 협력 확대가 향후 기후소송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청소년 주도의 소송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청소년들이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기후세대의 목소리가 정책 논의 과정에 직접 반영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2021년 영국 비영리단체 인터클라이밋네트워크 조사에서도 청소년의 10명 중 8명이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향후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소송이 법적 절차를 넘어 정책·규제·사회 인식 전반을 변화시키는 구조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제사회 기후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