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성동구 사근동 남쪽 한양대 옆 ‘살곶이체육공원’은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다. 이곳은 걷기 좋은 산책로가 마련됐다. 공원 초입은 한양(서울)의 중심을 관통하는 청계천이 중랑천과 만나 한강으로 흐르는 곳이다. 공원 이름에 걸맞게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살곶이 다리(보물 제1738호)가 있다.
살곶이다리는 조선시대 한양 도성에서 동남쪽 지방 강원 경기 충청도를 잇는 다리다. 옛 선조들은 흥인지문(동대문)이나 광희문 방향에서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서울에 남아있는 가장 튼튼하고 오래된 다리다.
이 다리는 1420년 세종대왕 재위 시절 놓여졌다. 상왕 태종이 매사냥을 즐기기 위해 이 지역을 자주 행차했는데 하천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놓았다. 다리는 넓고 튼튼하다. 마치 평평한 마루 바닥처럼 넓은 판석을 깔아 평지를 걷는 듯해 '제반교'라 부르기도 했다.
이 다리가 놓여 있는 지역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태조 이성계는 첫째 부인 신의왕후 사이에서 6명의 왕자를 뒀고,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에게 2명의 왕자가 있었다. 첫째 부인의 5번째 아들이 태종 이방원으로 조선 초 그의 활약이 대단했다. 이방원은 개국공신 정도전을 제거하며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힘을 모았다. 이후 부왕인 태조 이성계가 세자 책봉을 자신이 아닌 두 번째 부인, 그도 장남이 아닌 차남 방석을 세자로 삼자 2차 왕자의 난을 통해 이복동생 방석과 방번, 그리고 그를 따르는 신하들을 제거한다.
이에 환멸을 느낀 태조는 2남 병과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자신의 고향 함흥으로 내려가 한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 신하들의 간곡한 청으로 함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방원이 이곳 중랑천 하류 한강가에서 천막을 치고 맞이했다. 이때 태조 이성계가 홧김에 아들 방원을 향해 활을 쏘았다. 아들은 급하게 기둥 뒤에 숨어 화를 피했고, 화살은 차일을 치려고 세운 기둥에 꽂혔다. 이에 화살이 꽂힌 곳 '살꽂이'라고 불린다.
역사는 흘러 지금 이곳은 사람들의 힐링 쉼터다. 다리 길이는 76m, 폭도 6m나 된다. 이상한 것은 다리에 난간이나 장식이 전혀 없다. 돌기둥은 가로 4개씩 세로 16개씩 모두 64개로 촘촘하고 튼튼하다. 돌기둥의 모양은 마름모꼴로 물의 저항을 최대한 적게 했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3번 출구 성동교 방향 30m를 지나 왼쪽 다리 밑 내리막길로 가면 살곶이다리와 체육공원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