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만 1인가구 시대’…정책은 아직 가족 단위에 멈춰 있다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5-12-10 00:57:5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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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뉴스=이은희 기자] 국내 1인가구가 763만 가구에 이르며 전체 가구의 3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 분석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00년 226만 가구에서 2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하며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인 이상 가구 비중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1인가구만 꾸준히 증가해, 가구 구조가 전통적인 가족 단위에서 단독 생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1인가구 증가의 중심축이 청년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50대 1인가구는 18.6% 늘었고, 70세 이상 고령층은 21.3% 증가했다. 반면 20대 1인가구는 161만 명에서 156만 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전체 1인가구 중 미혼 비중은 39%에 그쳤으며, 이혼·사별 등 비자발적 단독가구는 54%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50대의 경우 이혼·사별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해, 중장년 단독가구의 경제·정서적 취약성이 향후 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 구조 역시 기존 가족 단위와 확연히 다른 형태를 보였다.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020년 157만 원에서 2024년 177만 원으로 12.7% 증가했다. 식비·주거비·보건의료비 등 필수지출이 전체의 49%를 차지해, 단독가구의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고령 1인가구의 의료비는 전체 평균의 1.8배로, 의료·돌봄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 기반 역시 취약하다. 노후 대비 방식에서 전체 가구의 근로·사업소득 의존도가 57.8%인 반면, 1인가구는 48.5%로 더 낮았고 자산·예금 등 단독 자산 의존도가 오히려 높았다. 이는 근로 능력 상실 시 단독가구의 경제적 위험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주거 형태에서도 취약성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1인가구의 52%가 원룸·오피스텔·다가구주택 등에 거주하고 있으며, 월세 비중은 47%로 전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월세 중위가격은 최근 5년간 약 16% 상승해,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주거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율은 높지만 실제 이용률은 매우 낮았다. 공공임대주택은 인지율 84.4%에 이용률 8.7%, 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인지율 81.4%에 이용률 3.6%, 전세자금·월세자금 대출도 각각 4.7%, 3.0%에 그쳤다. 제도는 알고 있지만 소득·자산 요건, 복잡한 절차 등이 실제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식에서도 1인가구의 특성이 드러났다. 전체 가구와 마찬가지로 취미활동(1인가구 44.7%, 전체 42.4%)과 여행·관광(1인가구 26.3%, 전체 28.5%)을 선호했지만, 가족 돌봄이나 자원봉사 등 공동체 기반 활동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노년기에도 가족 중심 구조보다는 개인 중심의 생활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하며, 고립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기반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종합적으로 이번 통계는 1인가구의 확대가 단순한 가구 형태 변화가 아니라 소비·주거·소득·노후 지원 등 국가 정책 전반의 기준을 재설정해야 하는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소형 주거 공급, 의료·돌봄 서비스 확충, 중장년 단독가구의 소득 보완 체계 강화, 고령 1인가구 맞춤형 일자리와 지역돌봄 강화 등을 시급한 정책 과제로 지목한다. 1인가구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지금, 정부 정책의 기본 단위가 ‘가족’에서 ‘단독가구’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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