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용인시 "개발 광풍 속에서 문화유산을 지켜라"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9-12 11:38:53 기사원문
  • -
  • +
  • 인쇄
심곡서원 전경
심곡서원 전경

자발적 역사 시민단체인 조광조 역사연구원은 용인특례시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소중한 문화유산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현실 진단: 아파트 숲에 갇힌 500년 서원

용인 수지구 상현동에 자리한 심곡서원(국가사적 제530호)은 오늘도 숨 막히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500년 전 조광조 선생의 학덕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성스러운 공간은 이제 사방이 고층 아파트로 둘러싸여 마치 도심 속 작은 섬처럼 고립되어 있습니다.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굴복하지 않고 명맥을 이어온 심곡서원이, 21세기 개발 광풍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그 위엄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를 비롯해 주변 곳곳에 들어선 고층 건물들이 서원을 압박하며, 조광조가 직접 심었다는 500년 느티나무조차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외롭게 서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110만 용인시민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문화재 보존의 모습일까요?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서원이 "도심 속 공원" 취급을 받는 이 기형적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입니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용인시는 여전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승인하고 있으며,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서도 각종 개발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482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라는 거대한 개발 계획 앞에서 문화유산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조광조 정신에서 찾는 해답: 땅은 공공의 자산

500년 전 조광조 선생은 "임금과 백성은 본래 일체"라는 철학 하에 한전제(限田制)를 통해 토지 독점을 막고자 했습니다. 토지는 소수의 탐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을 위한 터전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훈구파의 토지 겸병과 수탈을 강력히 비판하며 공정한 토지 분배를 추구한 그의 개혁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백성을 위한 터전이 되어야 할 땅이 탐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광조의 외침이 지금 이 순간 더욱 절실하게 들립니다. 심곡서원 주변의 무분별한 아파트 개발은 바로 그가 경계했던 토지의 사유화, 문화적 공간의 상품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조광조가 꿈꾼 것은 도덕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상향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정신이 깃든 심곡서원이 개발업자들의 이익 추구 앞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긴급 제안: 문화재 보호구역 전면 재검토

이에 조광조 역사연구원은 심곡서원을 비롯한 용인시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긴급 조치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첫째, 용인시 내 문화재 보호구역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재의 보호구역만으로는 이미 포위된 아파트들로부터 서원의 역사적 경관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 문화재보호법 제13조에 따른 500m 보호구역을 1km로 확대하고, 서원에서 바라보는 모든 방향에서 역사적 위엄을 느낄 수 있도록 경관 보호 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문화재 주변 건축 높이 제한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해 적용하는 앙각 27도 규제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여, 문화재의 하늘선을 가리는 어떠한 고층 건물도 신축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미 건설된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경관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모든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문화재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개발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주변 문화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문화재 보존과 양립할 수 없는 개발은 과감히 제한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넷째, 용인시는 심곡서원 역사공원 조성에 그치지 않고 서원 본연의 역사적 환경 복원에 나서야 합니다. 165억 원을 투입하는 역사공원 조성도 중요하지만, 이미 훼손된 주변 환경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주변 아파트 단지와의 완충 녹지 조성, 역사문화 탐방로 연결 등을 통해 서원이 다시 시민들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어: 조광조가 꿈꾼 공정한 땅을 위하여

개발과 보존, 경제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개발 논리가 일방적으로 우선시되어 왔을 뿐입니다. 조광조 선생이 추구했던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기존 주거환경과 문화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제라도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남은 공간이라도 제대로 보존하여 후세에게 물려주자는 것입니다. 500년 전 조광조가 꿈꾼 이상사회는 바로 이런 성찰과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용인특례시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함께 문화유산도 함께 빛날 수 있는 진정한 특례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조광조의 개혁 정신이 깃든 이 땅에서 개발과 보존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때입니다.

2025년 9월

조광조 역사연구원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kang690666@naver.com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