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받은 자는 없었다"…27년 전, 묻혀 있던 '철거 범죄 보고서'의 기록(꼬꼬무)

[ MHN스포츠 ] / 기사승인 : 2025-09-12 11:30: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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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이우경 인턴기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재개발 폭력의 역사를 고발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예능 '꼬꼬무' 192회는 '사라진 나의 집, 그리고 적준'을 주제로 철거 업체 적준을 중심으로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철거 현장의 폭력과 인권 유린을 밝히며 충격과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가수 KCM, 배우 윤은혜, 배우 채서진이 리스너로 출격했다.









1998년 서울 용산구 도원동에서 재개발을 위한 강제 철거 과정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임종진 사진기자는 병원 응급실에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27세 청년과 중상을 입은 60대 남성을 목격했다. 이라크 전쟁 등 험난한 현장을 기록해 온 임 기자는 강제 철거 현장의 폭력성과 참혹함이 전쟁터 못지않았다고 말했다.



철거 현장에 동원된 용역들은 쇠 파이프와 중장비를 들고 무차별 폭행을 일삼았다. 집 안에 사람이 있어도 불을 지르거나 욕설, 협박이 이어졌다. 주로 인력시장 노동자나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









특히 악명 높은 용역 '적준'은 자고 있는 주민을 폭행하고 초등학생 자녀를 계단 아래로 던지는 등 잔혹한 행태를 보였다. 봉천동에서는 하체에 연탄재를 집어넣는 끔찍한 행위가 있었고, 행당동에서는 성폭행과 함께 임신 5개월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고 대변 물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수십 명의 주민이 부상을 입었고, 방화와 재산 파괴, 아동 인권 유린까지 이어졌다. 윤은혜는 "화가 난다, 미쳤다, 너무 지옥 같았을 것 같다."라며 연신 분노했고, 채서진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잔인하다. 너무 치욕스럽고 가슴 아플 것 같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농동에서는 '너구리 작전'이라는 명목으로 불을 지르고 유독가스를 퍼뜨려 주민들이 질식과 화상을 피하기 위해 몸을 던지면서 사망자와 중상자가 속출했다. 도원동에서도 철거민들은 '골리앗'이라고 부른 구조물을 세워 버텼지만, 용역들은 철거민들에게 전기와 물을 끊고 물대포를 쏘는 등 야만적인 행태를 보였다. 한 달여의 고립 끝에 철거 용역들은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골리앗'에 진입,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사냥하듯 몰아냈다.



당시 공권력은 이런 사태를 방관했는데, 그 배경에는 합동 재개발 제도가 있었다. 정부는 1983년 민간 주도형 방식을 도입하여 철거와 시공은 민간 업체에 맡겨졌다. 폭력적 철거 용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적준'은 재개발 현장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른 후 철거·시공·폐기물 처리까지 수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과거 폭력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여러 시민단체가 철거민들의 고통을 기록하며 펴낸 '철거 범죄 보고서'는 용역들이 저지른 폭력, 성폭력, 방화, 인권 유린 등을 158페이지 분량으로 기록했으나 제대로 처벌받은 자는 없었다. 오히려 철거민들은 농성했다는 이유로 연행되거나 수배자가 됐고, 생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방송은 "감춘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어떤 범죄도 영원히 숨길 수 없으며, 진실은 끝내 드러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꼬꼬무’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에 SBS에서 방송된다.



사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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