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이를 잇달아 떠나보낸 가장이 다시 바다로 나선다. 바다를 터전 삼아 20년 가까이 선원으로 살아온 아빠 재석 씨(55).
첫눈에 반한 아내와 두 아들을 얻으며 행복을 꾸렸지만, 아내의 간경화로 시작된 간병과 육아, 그리고 3년의 투병 끝 상실이 그의 삶을 집어삼켰다.
모아둔 돈은 바닥났고, 초등학생 큰아들 강이(13)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둘째 산이(10)를 돌보기 위해 일터로 돌아갈 수조차 없었다. 마지막 의지였던 어머니마저 올해 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뒤, 그를 다시 일으킨 건 두 아들이었다.
충남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아빠는 몇 달 전부터 다시 배를 탄다. 사정을 헤아린 선주의 배려로 주말 새벽 꽃게잡이, 낮 양식장 관리 등 시간제로 일을 잇지만, ‘매번 있는 일’이 아니라 형편은 여전히 팍팍하다. 하루 5만 원 남짓한 일당으로는 생활도 빠듯한데, 산이의 치료는 더 필요하다. 그래도 아빠는 두 아들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바다로 향한다.


가족의 작은 울타리는 첫째 강이다. 아빠가 일 나간 사이 동생을 달래고 먹이고, 글자를 가르치며 엄마이자 친구가 되는 아이.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언제 어디로 뛰쳐나갈지 몰라 늘 곁을 지켜야 하는 산이를 강이는 줄다리기하듯 다독이며 일상을 이어간다. 엄마의 정이 희미한 나이, 보고 싶을 때면 그림으로 엄마를 불러오고, 아빠가 상처받을까 그리움을 묵묵히 눌러 담아온 든든한 맏이. 엄마와 할머니가 떠난 빈자리에서, 강이는 아빠의 또 하나의 어깨가 됐다.
6일 방송되는 KBS '동행' 제522화 ‘강산을 품은 아빠의 바다’는 사랑을 잃은 자리에 책임을 채우는 한 가장의 고단한 일상과,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성장하는 형제의 시간을 담는다. 바다처럼 거칠고도 넉넉한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닮아가는 아이들의 눈빛이 토요일 저녁 시청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