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홍동희 선임기자) 오는 6일, '가왕' 조용필의 콘서트장을 채울 2만 개의 불빛은 공연이 끝나면 사라진다. 팬들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최 측이 환경 보호를 위해 전량 '회수'하여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음반 제왕' 임영웅은 '앨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CD 없는'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K팝의 가장 빛나는 두 별, 70대 '가왕'과 30대 '영웅'이 약속이라도 한 듯, K팝 산업의 가장 부끄러운 민낯인 '쓰레기 문제'에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내놓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산업 전체에 보내는 묵직한 메시지다.
조용필의 해법은 '공유'다. 그는 응원봉을 일회성 기념품이 아닌, 공연의 감동을 함께 만들기 위한 '공공재'로 만들었다. 팬들은 값비싼 응원봉을 사는 대신, 공연의 경험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자발적인 반납을 통해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성숙한 팬덤 문화를 보여줄 기회를 얻었다. 이는 '소유'하지 않아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아날로그 시대 거장의 지혜로운 대안이다.

임영웅의 해법은 더욱 과감하다. 그는 '초동 판매량'이라는 K팝의 성공 공식을 스스로 거부했다. 포토카드를 위해 수십 장씩 앨범을 사고 CD는 버려지는 기형적인 문화를, 시장의 정점에 선 그가 직접 멈춰 세운 것이다. 그의 'CD 없는 앨범'은, 팬들에게 음반이 아닌 '음악'을, 소유가 아닌 '가치'를 소비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이다.
한 명은 버려질 쓰레기를 다시 거두었고, 다른 한 명은 아예 쓰레기가 나올 일을 만들지 않았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영웅이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일회적인 상품 거래가 아닌, 지속 가능한 '가치'와 '경험'의 교감이어야 한다는 것.
K팝의 '선한 영향력'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 영향력이 진정으로 선하려면, 이제는 화려한 무대 뒤에 쌓이는 쓰레기의 산을 돌아봐야 할 때다. '가왕'과 '영웅'이 먼저 보여준 이 용기 있는 발걸음에, 이제 K팝 산업 전체가 응답할 차례다.
사진=MHN DB,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