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성의 미래, 농업을 넘어 역사·문화·사람으로 채워야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9-03 08:49:06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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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전 진도부군수·동신대학교겸임교수, 행정학박사
윤영주 전 진도부군수·동신대학교겸임교수, 행정학박사

보성은 대한민국 녹차의 수도이자 전통적인 농업 강군이다. 하지만 푸른 차밭의 명성 뒤에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45%에 달하는 현실은 더 이상 녹차와 농업만으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특히 주암댐 수변지역은 잦은 안개와 습한 기후로 주민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매입된 토지 대부분이 방치되어 있어 새로운 활로 모색이 절실하다.

보성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농축산업을 혁신하는 동시에 역사·문화관광, 체험, 그리고 친환경 에너지를 결합한 종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지역 경제의 근간인 축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혁신해야 한다. 한우와 염소를 지역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가축시장에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도입해 판로를 넓혀야 한다. 이와 함께 소규모 영세 농가가 안정적인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사료 지원, 시설 현대화 등 규제를 과감히 풀어 실질적인 소득 증대를 이끌어야 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방치된 공간에서 찾아야 한다. 주암댐 수변지역에 '에코솔라 태양광단지'를 조성해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모델은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민, 수자원공사, 지자체가 공동 출자하는 투명한 운영 방식을 통해 개발 이익이 온전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버려진 녹차밭과 염해지역 역시 영농형 태양광 단지로 탈바꿈시켜 농업과 에너지 생산을 병행한다면 토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주민 소득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역의 활력은 '사람'이 만들어낸다. 외부 방문객을 유치하고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관광 전략이 그 중심에 서야 한다. 회천·득량만 해안을 해양관광체험 타운으로 개발하고, 서울-광주-득량만을 잇는 교통망을 확충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자산과 녹차, 딸기, 키위 등 풍성한 특산품을 연계한 체험형 관광 모델은 보성만이 가진 강력한 무기다.

벌교권역은 순천만국가정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사·문화·테라피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꼬막, 오이, 유자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대규모 테라피 센터와 먹거리 타운을 결합한다면, 방문객들이 머물고, 즐기고,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고령 사회에 대비한 의료·복지 시스템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인접한 고흥군과 협력해 심혈관 전문센터, 치매 전담 병원 등을 공동으로 설립·운영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해법이다. 이는 행정구역의 벽을 넘어 주민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

보성의 미래는 더 이상 과거의 명성에만 기댈 수 없다. 축산업 혁신, 과감한 에너지 전환, 사람을 불러 모으는 입체적 관광 전략, 그리고 이웃과 손잡는 실용적 협력 모델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보성은 소멸 위기를 넘어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지속가능한 터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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