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입성 노리는 윤석열, 4월 선거·대선 판 흔든다

[ 서울경제 ] / 기사승인 : 2021-03-04 17:18:2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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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변신 시도하는 尹…보궐선거와 대선의 핵으로 떠올라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사의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2021.3.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끝)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윤 총장의 향후 행보가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을 놓고 문재인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워 온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까지 내려놓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친문(친문재인)과 반문 프레임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하는 시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야권은 사의 표명이 이뤄진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여권이 훼손하고 있는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여당 대 야당·윤 총장 대립 구도가 극명하게 형성된 가운데 선거 일정이 이어지면서 윤 총장의 ‘정치 시계’는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퇴 후 정치 입문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담은 입장문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가 정치에 뛰어 들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전에 그를 선거 국면의 한 복판으로 소환했다.


포문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열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무 정지도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불사할 때는 언제고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이슈를 집중시켜 보선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 기획 사퇴’를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끝까지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검찰개혁’을 방해하다가 사퇴마저 정치적 쇼로 기획해 ‘정치검찰의 끝판왕’으로 남았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총장을 적극 엄호했다.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의 정계 진출설과 관련해 “(윤 총장이) 자연인이 돼서 한번 보자고 하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주 원내대표는 오후 3시 15분 취재진을 만나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면 윤 총장과 힘을 합쳐서 헌법과 법치주의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도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은 헌정사를 새로 쓰며 공수처를 탄생시켰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수청마저 급조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밝히며 윤 총장의 편에 섰다.


윤 총장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과 내년 대선 국면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그가 결단의 시점을 지금으로 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은 예견된 사실이라고 판단해왔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 나온 윤 총장은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정계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지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힘을 얻지 못했다. 정계 진출 시기는 임기가 종료되는 동시에 내년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7월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윤 총장은 그 보다 4개월 이른 시점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이날 전격 사퇴했다.


야권은 윤 총장의 행보를 여러 갈래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윤 총장이 같은 율사 출신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검사과 국무총리 출신으로 정치 감각이 떨어지고 현장 스킨십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한 컨설팅 회사 대표는 “윤 총장이 정치 문법에 익숙해지려면 최대한 빨리 나와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앞두고 정권차원의 압박이 윤 총장을 결단의 길로 몰아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수처는 곧 인사위원회를 꾸려 수사처 검사를 임명한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는 검찰총장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한다. 윤 총장 장모와 관련된 추모공원 사업권 편취 의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고 있다. 윤 총장이 7월까지 임기를 채울 경우 이 사건과 관련해 최초의 현직 ‘피의자’ 검찰총장이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임기를 마치게 되면 정계에 진출할 명분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을 일가 비리의 방패막이로 사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야권 관계자는 “임기 중에 피의자가 되면 ‘불명예’가 되지만 사퇴 후 공수처 수사가 들어오면 ‘정치보복’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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