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특례시가 시청사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 수수료를 예비비로 지출한 사안에 대해 “변상 책임이 없다”는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이 시의회의 변상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사법부의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결론이어서,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발과 함께 ‘제2의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6일 특정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2023년 7월 집행된 예비비 지출이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시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담당 부서가 제1회 추경 예산안 제출 이후에야 수수료 발생 사실을 인지했기에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이라는 예비비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둘째, 용역 결과물인 타당성 조사 보고서가 실제 행정에 활용되고 있어 시 재산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므로 변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의 결론은 지난해 9월 의정부지방법원의 주민소송(2023구합1489) 판결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당시 ▲의회 협의 부재 ▲경기도의 위법 지적 직후 지출 강행 등을 근거로 해당 예비비 집행이 ‘부당한 사항’임을 명시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의회 임홍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피감기관인 고양시가 법원이 확정한 ‘부당성’을 자체 감사로 뒤집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나온 궤변”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예비비 지출의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증거 왜곡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민소송단이 공개한 경기도 주민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계 공무원들은 이미 2023년 1월에 수수료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2월 추경 편성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이를 ‘예측 불가능했다’고 결론 내린 시의 감사는 명백한 ‘사실 조작’이라는 것이 소송단의 주장이다.
감사의 독립성 문제도 제기됐다. 당시 예비비 지출을 사전 승인(일상감사)했던 감사담당관실이 사후에 다시 스스로를 감사해 면죄부를 준 것은 ‘자기감사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또한, 변상 책임이 문제 될 경우 감사원에 통보해야 하는 「회계관계직원책임법」 제7조를 위반하고 자체 종결했다는 점도 법적 결함으로 거론된다.
주민소송단은 이번 감사 결과를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작 감사”로 규정하고, 감사원 직권감사 요청과 추가적인 사법 대응을 선언했다. 임홍열 의원 역시 “위법하게 집행된 7,500만 원을 시장이 즉각 변상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하며 의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고양시는 향후 시의회의 변상 요구가 있을 경우, 지방자치법 취지에 맞게 처리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청사 이전을 둘러싼 예비비 지출 논란은 이제 단순한 행정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 확정판결을 행정이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감사가 법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지방재정 통제에서 외부 견제 장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향후 감사원 판단과 추가적인 사법 절차가 이 논란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사경제신문=강석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