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해저광물 개발이 종료된 뒤 철거 대상이던 해저 인공구조물을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노후 해양 시설을 비용 부담의 대상이 아닌 신산업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전환이 입법으로 구체화됐다.
국회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은 15일 해저조광구에 설치된 인공구조물을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CCUS) 시설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해저광물자원 개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박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현행법은 해저조광권이 종료될 경우, 조광권자가 설치한 인공구조물과 설비를 철거하고 해저를 원상회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조광권자에게 이전하거나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 등 제한적인 예외만 인정해 왔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 정책과 해양 에너지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해저 인공구조물을 무조건 철거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철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CCUS나 해상풍력 등 해양 기반 신산업의 인프라 수요와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해저조광구의 원상회복 의무에 대한 예외 사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개정안은 해저 인공구조물을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CCUS) 시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해상풍력 등) ▲그 밖에 해양 기반 신산업에 활용하는 경우, 원상회복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과거 광물 개발을 위해 설치된 해저 구조물이 탄소 저장 거점이나 해상풍력·해양에너지 사업의 기반 시설로 전환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 노후 해양 인프라를 ‘해체 대상’이 아닌 ‘전환 자산’으로 재정의한 셈이다.
정책적 의미는 단순한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해저 구조물은 이미 해양 지반·환경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상태여서, 신규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보다 환경·경제적 부담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CCUS의 경우, 해저 저장소와 연계된 플랫폼·관로·계류시설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기존 해저 인공구조물을 활용하면 저장소 개발과 이송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 해양 CCUS 상용화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상풍력 역시 기초 구조물, 계류·접속 설비 등에서 기존 인프라의 전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러한 해양 에너지 복합 활용 모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표 발의한 박성민 의원을 비롯해 엄태영·구자근·정동만·윤영석·김기현·이상휘·강승규·김승수·이철규 의원(이상 국민의힘)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박성민 의원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과거 산업 인프라를 무조건 철거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노후 해저 인공구조물을 CCUS와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기반으로 전환해 해양 신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상회복 의무 완화가 환경 안전성 검증과 책임 소재 명확화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조물 전환 활용 과정에서의 해양 생태계 영향, 장기 안전성, 사후 관리 책임 주체 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또 다른 환경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향후 시행령·시행규칙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 강화 ▲전환 활용 기준의 구체화 ▲사후 관리·철거 책임 명시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해저광물자원 개발법 개정안은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해양 인프라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자원 개발 이후 방치되거나 철거되던 해저 구조물에 ‘두 번째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해양을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해양 정책은 광물 개발 중심에서 해양 탄소중립·재생에너지 복합 플랫폼으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