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 못 하는 이유, 비용 아닌 깜깜이 요금”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5-12-03 14:15: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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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PPA 도입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한전의 불투명한 망 이용요금 구조를 지목하며 요금 인하보다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기후솔루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PPA 도입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한전의 불투명한 망 이용요금 구조를 지목하며 요금 인하보다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조달을 글로벌 경쟁력의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비용보다 제도적 불투명성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 시장 형성을 위해 투명한 요금 체계와 독립 규제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이 기업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비싼 요금’ 못지않게 ‘예측 불가능한 망 이용요금’ 때문에 PPA 도입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약 3주간 RE100 협의체 유관 기업 585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재생에너지 조달을 검토하거나 이미 추진 중인 실무담당자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폭넓은 규모의 기업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재생에너지 조달을 ‘기후 대응’이 아닌 ‘국내 산업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조달이 더 이상 자율적인 ESG 대응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유지와 국제시장 접근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고 응답했다.




재생에너지 조달 필요 이유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조달 필요 이유 /자료제공=기후솔루션




그러나 재생에너지 조달의 필요성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달 방식은 기업들의 기대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접 PPA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녹색 프리미엄이나 제3자 PPA 등 다른 방식으로 조달 중인 기업들이 다수였다.



PPA를 선호하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로는 ‘높은 PPA 비용’(67.7%), ‘망 이용요금 산정과정의 불투명성’(45.2%), ‘망 이용요금 중복 부과’(41.9%) 등이 꼽혔다. 즉, 요금 부담 자체뿐 아니라, 산정 구조와 중복 부과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은 불확실성 그 자체가 PPA 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선호하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자료제공=기후솔루션
선호하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자료제공=기후솔루션





현재 이용 중인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자료제공=기후솔루션
현재 이용 중인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 /자료제공=기후솔루션




특히 기업들은 단순한 요금 인하보다 ‘산정과정의 투명성’과 ‘요금 수준의 적정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기업은 향후 한전의 재무 악화와 송전망 확충 필요성 등을 이유로 망 이용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었으며, 예측 불가능한 구조 자체가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후솔루션이 같은 날 발간한 보고서 ‘깜깜이 망 이용요금: 재생에너지 PPA 확대의 걸림돌’에 따르면, 현행 망 이용요금은 한전이라는 단일 사업자의 내부 판단에 따라 사실상 비공개로 결정되며, 요금 산정 방식이나 포함 비용 역시 외부에서 검증이 불가능한 구조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미국과 영국은 송전망 사업자의 투자 계획과 요금 산정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독립된 규제기관이 이를 사전 검토·승인하며, 관련 자료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과제로 ▷독립 규제기구 설립 ▷요금 산정 기준 및 포함 비용 전면 공개 ▷망 이용요금 책정 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PPA 수요 공식 반영 ▷요금 결정과정에 대한 국민 및 이해관계자 참여 보장 등을 제시했다.



사보이 브룩(Savoy Brooke)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기업들은 요금을 깎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요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PPA 확산을 가로막는 불투명한 망 이용요금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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