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부터 7일까지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은 성공 길에 맞닥뜨린 공황장애로 고향에 돌아온 60대 초보 농부, 영철과 윤서의 이야기를 담은 ‘힘을 내요 영철 씨’가 방송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축사로 달려가는 박영철씨. 염소를 키운 지 겨우 4개월 남짓 된 초보 농부지만 염소에 대한 애정과 사랑만큼은 차고도 넘친다. 다 똑같아 보이는 흑염소들에게 왕초, 새침이, 삐짐이, 용감이, 이름까지 지어주고 애지중지 돌보는 중이다.
영철 씨는 광주에서 오랫동안 아내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지 올해로 3년 차가 됐다. 대학교 4학년 때 학원 강사의 길로 들어선 후 3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온 영철 씨. 두 번의 큰 실패를 딛고 일어선 학원은 학생들이 백 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너무 쉼 없이 맘졸이며 달려왔던 탓일까. 드디어 이루었다고 마음을 놓았을 때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가만있어도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을 쉴 수 없었고 땅이 솟구치고 도로가 덮치는 것 같아 걸을 수도, 운전할 수도 없었다. 그런 남편을 지켜보던 아내 김윤서 씨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이룬 것들이 아깝고 아쉬워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영철 씨를 설득했다. 그렇게 영철 씨는 안정적이던 학원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 만났을 때 영철 씨는 스물셋, 윤서 씨는 스물한 살이었다. 서로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참 많았다. 지독하게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를 이어가지 못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결국 대학을 마친 사연까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았다.
3남 2녀 중 넷째이자 막내아들인 영철 씨. 어릴 때부터 수재로 소문이 자자했던 영철 씨였지만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공부는 언감생심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여간 방황하던 영철 씨는 입시학원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돈을 벌어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8남매 중 여섯째 딸이었던 윤서 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언니들이 학비를 대준 덕에 겨우 중학교까지 학업을 이었다.

열일곱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광업소에서 일했던 윤서 씨는 직장에서 만난 선배 언니들을 따라 주경야독하며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고등학교와 대학 공부를 마쳤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서로가 거울 같고 애틋했다. 세인과 민형 두 남매의 부모가 된 지금도 여전히 서로가 제일 멋지고 예쁜, 초특급 닭살 커플이다.
올해 5월 축사를 완공하고 7월에 처음으로 염소 18마리를 들인 영철 씨. 공부를 좋아하고 평생 공부하는 게 제일 쉬웠던 영철 씨는 흑염소 역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기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달라서 출산 준비를 하던 염소들이 실은 임신이 아니었던 걸로 밝혀지는가 하면, 수시로 탈출하는 염소들을 잡아 오느라 혼비백산하는 등 날마다 실수 연발이다.
3개월 만에 다시 흑염소 17마리를 들여 마음은 뿌듯하지만, 흑염소 시장가는 계속 떨어지고 사룟값은 갈수록 올라 걱정이 크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이제 3년 차. 그간은 텃밭 농사나 조금씩 지으며 건강을 챙기느라 벌이가 없었고 이제 막 시작한 흑염소 농사도 고정적인 수입을 얻으려면 앞으로 최소 일이 년은 더 있어야 하는 상황. 생활도 해야 하고 흑염소 사룟값도 대야 하니 잔고가 걱정이다. 그래서 영철 씨는 시간이 날 때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을 하는데 이제야 좀 잦아든 공황장애가 재발할까 봐 윤서 씨는 노심초사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지난날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 인생 2막. 영철 씨의 새로운 도전을 따라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