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또다시 '김용균'을 보냈습니다. 이 비극의 사슬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합니까."
8일 오후, 충남 태안의료원 상례원에 마련된 고(故) 김충현 노동자의 빈소는 슬픔과 분노로 가득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 같은 현장에서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현실에 조문객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표정도 무겁게 내려앉았다.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조문한 우 의장은 곧바로 김용균재단과 시민대책위, 노동계 관계자들과 간담회 자리에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는 조한기 더불어민주당 서산태안 지역위원장과 가세로 태안군수도 함께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애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위험의 외주화,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우 의장, 정부·당국에 '철저 규명' 촉구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만들었지만, 현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위험의 외주화가 계속되는 현실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우 의장은 간담회 서두에서부터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김용균'의 희생 이후에도 반복되는 비정규직 산재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정부와 긴밀히 논의해 재발 방지를 위한 고삐를 다시 단단히 조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한 점 의혹 없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우 의장은 "이번 사고 역시 '2인 1조'라는 기본적인 작업 수칙만 지켜졌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고 지적하며 "왜 이토록 기본적인 원칙이 현장에서 무시되었는지, 그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계 관계자들은 "죽음의 행렬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호소하며, 위험의 외주화 구조 철폐와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단순한 사고 조사를 넘어, 근본적인 구조 변화 없이는 제2, 제3의 김충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사고 현장 찾은 우원식, "구조적 문제, 더는 방치 않겠다... 국회가 답할 것"
간담회를 마친 우 의장은 곧바로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로 향했다. 조한기 위원장, 가세로 군수와 함께 고인이 쓰러진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그는 현장 관계자로부터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해 들었다.
"기본적인 안전장치, 기본적인 근무 체계만 작동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우 의장은 깊은 탄식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는 "더는 이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반드시 책임지고 응답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책이 아닌, 죽음의 고리를 끊어낼 근본적인 입법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다짐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회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용균'의 비극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던 현실에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타들어 가고 있다. 국회의 뒤늦은 약속이 이번에는 반드시 현장을 바꾸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