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은행, 정부 꼭두각시?…노조 총대 멘 속사정 

[ 더리브스 ] / 기사승인 : 2024-11-06 16:53:2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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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황민우 기자]
[그래픽=김현지·황민우 기자]




정부가 기업은행의 최대주주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이 보상·임금·인사 등에 대한 영향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만큼 경영권은 기업은행이 아닌 정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실태는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기업은행 노조가 국책은행 특별성과급 도입에 목소리를 내면서 드러났다. 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마저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고 내린 권고사항을 거부하고 있는 건 정부라는 주장이다.



기업은행은 해당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이 없기에 임직원들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그런 만큼 이번 특별성과급 문제를 적극 문제 삼고 있는 노조 측의 대응은 사실상 기업은행 및 임직원을 모두 대변한다고 볼 만하다.





정부 그늘 아래 문제들





공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기업은행의 지분율 59.5%를 차지한다. 최대주주가 정부라는 얘기다. 통상 지분 50% 이상이면 경영권에 개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은행은 일반적인 국책은행과 달리 약 30%의 민간인 주주를 소유한 엄연한 상장기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다른 은행들과 격차가 너무 크고 실적으로 얻은 수확이 거의 정부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이다. 보상‧임금‧인사 등 기업은행의 경영권 자체가 정부 손아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중은행들이 매년 역대 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기업은행도 최대 실적을 달성 중이다. 시중은행 임직원들은 노사합의로 성과급을 받지만 기업은행 임직원들은 이를 누린 적이 없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기에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하며 경쟁하고 실적을 내더라도 성과급이 없는 건 기재부가 여론 및 사회적 의식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는 순이익에서 보유 지분만큼 배당은 가장 많이 가져간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일반 기업이 노사와 교섭해 임금상승률을 결정하는 바와 달리 기업은행은 기재부의 임금인상안을 따라야 한다. 국책은행의 성과와 상관없이 기재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 지침’으로 총 예산이 정해지면 임금은 그 안에서 결정된다. 금융위원회 또한 국책은행의 인건비 등 예산편성과 경영실적평가 등을 통제하고 있다. 이렇듯 임금을 통제받는 기업은행은 지난 2022~2023년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4대 시중은행 평균과의 임금 격차는 2000~3000만원에 달했다.



이밖에도 인사 역시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건비 예산 또한 기재부 관할이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자를 위한 퇴직금이나 신규채용 위한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경우 기재부 승인이 필요하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더리브스와의 통화에 “국책은행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님에도 노동조건을 노사가 결정하지 않고 기재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의 경우 금융노조가 금융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결정된 임금인상안이 아닌 기획재정부의 임금인상안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 이익은 역대급인데 직원들의 보상 불만은 계속해서 누적됐고 이제 한계”라고 말했다.



고금리 정책에 이어 저금리 예금과 고금리 대출을 병행하는 지금 은행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부분을 모르는 건 아니나 노조는 코로나19 당시 중소기업 대출지원을 하느라 직원들이 23시까지 추가근무를 했다. 그에 대한 보상성과급 전혀 없이 정부는 여론을 의식하고만 있다며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코로나19 당시) 기재부는 큰 영향 있을 경우 보완할 수 있는 장치조치를 다 마련하고 운영관리를 해왔다. 기타 공공기관에 대해 그런 문제제기를 한다면 주무부처(금융위)와 해결됐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노조가 쏘아올린 성명서





이러한 문제는 지난달 31일 금융노조가 국책은행에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라며 낸 성명서를 통해 수면 위로 올랐다. 기재부와 금융위가 국책은행의 노동3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국책은행 직원을 포함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님에도 공무원 임금 지침을 따르며 노동조건을 노사가 결정하지 않고 기재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더리브스 취재 결과 임금의 경우 금융노조가 금융사용자와 교섭해 임금인상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재부의 임금인상안을 따라야 한다. 따르지 않을 시엔 매년 실시되는 경영평가에서 패널티가 부과된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 지침’을 통해 총인건비 예산의 증액을 제한받고 임금교섭권을 통제받고 있어서다. 일례로 공공기관은 매년 평가를 받는데 경영평가의 등급을 낮춰 공공기관 경영평과 성과급에서 마이너스를 주는 식이다. 기업은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재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통해서도 복리후생제도 신설과 확대를 가로막아 헌법에서 보장한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한민국 헌법은 임금·복리후생을 결정할 때 노사가 협의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하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당사자인 노사가 빠진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가지고 복리 등을 건드리고 있다”며 “그 지침을 법적으로 지켜야 되는 건 아닌데 안 지켰을 때 패널티가 많아 사실상 법제화되어 적용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산업노조를 포함한 양대노총 산하 5개 산별노조 연대는 지난해 처음 기재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노정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ILO가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나 유사하게 정부의 공공노동자 단체교섭권 침해 관련 기재부 지침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도록 권고했음에도 기재부가 이를 무시하며 양대노총 공동대책위원회의 노정교섭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은행도 속앓이?






기업은행. [그래픽=김현지 기자] 
기업은행. [그래픽=김현지 기자]




종합해보면 기업은행은 임금을 비롯한 주요 문제들에 대한 결정권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임직원들은 그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에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지만 노조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 부인하지만은 않는 분위기로 보이는 배경이다. 노조는 사실상 기업은행이 맞닥뜨린 경영권에 관한 문제 자체 및 임직원들이 피부로 와 닿는 현실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기업은행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재부·금융위가 예산 편성에 관여하면서 신규채용·희망퇴직 추진 계획 등에 어려움이 생기고 기업 내 순환이 안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한 해 인건비 예산을 초과하면 다음 예산 책정 시에는 기재부가 초과된 만큼 예산을 삭감한다.



실제로 인력 부족으로 신규채용을 하고 싶어도 예산을 감안하면 은행이 이를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고임금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론 희망퇴직을 하고 신규채용을 통해 인력구조를 순환시켜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니 이도저도 하지 못하게 돼서다. 특히 고용 및 고임금 희망퇴직자는 노사가 직접 정해야 하는데 경영에 자율성이 없다 보니 다른 공공기관처럼 일률적으로 통제당하는 게 문제로 지목된다. 시중은행은 수익을 벌어들인 만큼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신규채용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반면 기업은행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상황인데 인재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IT인원을 뽑아야 하는데 대기업을 준비하는 인력들은 임금·복지 때문에 저희 쪽으로 오지 않으니 뒤쳐지게 되는 거고 그에 대한 피해는 결국 국민이 겪게 된다. (직원들이) 영업점에도 바로 투입이 돼야 하는데 안 되면 고령층 및 기업 고객 분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직원들도 늘어난 업무량대로 고통 받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 공공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기업은행의 경우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며 “공기업‧준정부 경영평가를 통해 지침 관련 위반사항 없는지 점검하는 절차를 하고 있지만 기타 공공기관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기타 공공기관은 저희가 평가하지 않고 주무부처(금융위) 관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가 공기업‧준정부 경영에 대한 지침을 가지고 있어서 (금융노조 측에서) 책임을 기재부에 두는 거 같다. 일부 혁신 지침이나 이런 기타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준용한다는 표현이 있다보니 각 부처도 총인건비 관련 다른 기타 공공기관들도 위반하면 안 된다는 의식을 (주무부처가) 갖는 거 같은데 사실 기재부는 가지고 있지 않긴 하다”라고 덧붙였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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