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지’ 이호준 감독과 재회하게 된 박민우가 NC 다이노스를 원 팀으로 결집시킬 수 있을까.
지난 2012년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NC의 부름을 받은 박민우는 올해까지 NC에서만 활약 중인 프랜차이즈 스타다. 통산 1283경기에서 타율 0.320(4625타수 1482안타) 39홈런 488타점 27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8을 써냈다.
이런 박민우는 최근 NC의 지휘봉을 잡은 이호준 감독과 인연이 깊다. 1994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이 감독은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거친 뒤 2013시즌 NC 유니폼을 입으며 박민우와 한솥밥을 먹었다. 이후 이호준 감독은 2017시즌 은퇴하기 전까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NC의 KBO리그 연착륙을 도왔다.
최근 만난 박민우는 “(감독님과 NC에서 선수 생활 할 때) 방은 같이 안 썼지만, 항상 도구와 유니폼 빨래한 것 등을 가져다 드렸다. 그때만 해도 막내, ‘따까리’였는데, 그때 모셨던 선배님이 감독으로 오셨다”고 씩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님이 최고참일때 팀 문화적으로 정말 좋았다. 주장이실 때 사복을 입고 있을 때는 선수 개인 책임이 따르는 거라 터치할 수 없지만, 더그아웃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만큼은 팀 원 모두 하나가 되야 한다 강조하셨다”며 “시합에 나가든 안 나가든 항상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분위기였다. 지더라도 누구 때문에 졌다는 그런 말이 나오면 안 됐다. 잘하면 다 같이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고, 잘못했을 때는 다 같이 속상해 하는 그런 문화였다. 저 때문에 진 경기도 정말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밥이나 술도 많이 사주셨다”고 돌아봤다.
이호준 감독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됐다. 2019~2021시즌 타격 코치와 선수로도 만났으며, 이 감독이 LG 트윈스에서 코치 생활을 할 때에도 박민우는 꾸준히 연락을 이어갔다. 이후 이호준 감독이 NC의 지휘봉을 잡으며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됐다.
박민우는 “막내 시절 제가 보고 배웠던 선배님이 오셔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생각하는 방향, 저와 생각이 같은 그런 감독님이 오셔서 굉장히 잘됐다 생각한다”고 진심으로 이 감독을 반겼다.
손아섭의 부상으로 올 시즌 도중 주장의 중책을 맡았던 박민우는 여러차례 팀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민우는 “(감독님께 원 팀 문화 등) 그런 것을 보고 배웠는데,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이런 문화를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박민우는 2025시즌에도 주장을 맡게됐다. 이호준 감독은 취임식 당시 “박민우와 면담하고 결정했다. 제가 선수로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하더라. 유니폼 입고 더그아웃에서 불평, 불판 안 하고 누구를 흉 보는 이런 팀을 정말 싫다 했다. 감독하고 같은 마음이더라. 서로 응원하고 잘하려다 실수하면 다독거리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보자 했다. 본인도 기억을 하고 있더라. 그 부분을 강조했다”며 “(또 다른 후보였던) 박세혁과도 통화를 했는데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좋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일치했다. 그래도 첫 해는 저를 많이 알고 저도 많이 아는 박민우가 하는 것이 속도가 빠를 수 있겠다 생각했다. 박민우가 NC의 원클럽맨이고 젊은 친구들에게도 NC의 문화를 이식시킬 수 있다. 박세혁에게는 민우 다음에 너가 한 번 했으면 좋겠다 말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우는 “감독님하고 계속 (팀 문화에 대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를 보니까 야구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통을 만들어가는 것이 고참의 역할이라 하셨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렇게 만들어 가 볼 생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감독은 이미 여러차례 1루까지 전력질주 할 컨디션이 아니면 선발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자리가 보장된 선수 역시 없다고 경쟁을 강조했다.
박민우는 “프로는 당연히 경쟁”이라며 “내 자리는 개막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프로 선수로서 자리 뺏기지 않으려 각오는 늘 단단히 하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아쉽게 올 시즌 NC가 9위(61승 2무 81패)에 그쳤지만, 박민우는 121경기에서 타율 0.328(457타수 150안타) 8홈런 50타점 32도루 OPS 0.852를 작성하며 분전했다.
박민우는 “보이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어도,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30도루 이상을 한 건 뿌듯했다. 더 뛸 수 있다는 욕심도 생겼다. 기회가 되면 40개 이상도 노려보겠다”며 “(다른 팀들의) 가을야구를 보면서 작년 생각도 났다. 쓸쓸하기도 했다. 힘들지만 축제다. 잘하고 환호하고 화이팅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더라. 내년에는 우리도 가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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