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의 결단···3조 투입해 주식 소각

[ 라온신문 ] / 기사승인 : 2024-07-26 15:37:5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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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 이를 위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방식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주식 수를 4억5000만주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027년까지 13% 이상의 안정적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기반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한다는 '10·10·50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26일 공시했다.



신한금융지주 밸류업 핵심='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이번 신한금융지주가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다. 현재 상장돼 거래되고 신한금융지주 물량은 총 5억 939만 3214주다.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KB금융지주의 주식 수는 4억 351만 1027주이며, 하나금융지주는 2억 9235만 6598주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식 수가 KB금융지주 대비 1억주 이상 많다. 주식 수가 많으면, 같은 시가총액의 회사라 하더라도 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적까지 뒤처지면 주가는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실제 전일 종가 기준 신한금융지주는 주당 5만 4500원이다. 반면 KB금융지주는 8만 4000원이며, 하나금융지주는 6만 900원이다. 외국인 보유 지분율도 낮다. 25일 기준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0.49%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76.20%와 69.51%다. KB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무려 15.71%포인트 차이가 난다. 주가가 낮다보니 투자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누적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우선 올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발행 유통 주식을 5억주 미만으로 떨어트릴 계획이다. 올해에만 5000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 1000만주 가량 자사주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7년까지는 주식 수를 4억 5000만주까지 감축하기로 했다. 발행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 신한금융지주의 주가 움직임도 탄력을 받기 용이하다. (물론 시장상황과 경영실적 등에 따라 주가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겠다고 밝힌 주식 규모는 5000만주 이상. 이에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 주가로 봤을 때 3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주가순자산비율(PER) 1 이상이 달성되면 현금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상향, 단계별 탄력적인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상장주식 많은 까닭



신한금융지주의 주가가 둔하게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장된 절대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상장 주식수가 많은 것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지난 2020년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지주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조용병 당시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조 전 회장 입장에서 우호 지분이 필요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9년 2월과 2020년 9월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9년에는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 2020년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파라이빗에쿼티아시아가 각각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2019년의 경우 4만 2900원, 2020년은 2만 9600원이었다. 두 번의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상장 주식수는 5651만주 늘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지분 4%당 사외이사 1명 지명권을 새로운 주주에게 줬다. 사모펀드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던 것이다. 당시 증권가에선 조용병 전 회장의 연임을 위해 유상증자가 단행됐고,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의 경영 참여권까지 줬다는 설이 돌았다.





당시 유상증자로 신한금융지주에 유입된 자본은 2019년 7500억원, 2020년 1조 1582억원 등 총 1조 9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이후 유통물량이 늘어난 탓에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로나19사태 등과 겹치면서 2만원대 초반으로 급락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2년 4월 이후 주당 4만원 안팎에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해 왔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주가 됐던 사모펀드들은 현재 대부분 물량을 처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옥동 회장의 '통큰 결단'

이날 신한금융지주가 오는 2027년까지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약 3조원. 지난 2019년과 2020년 유상증자를 통해 신한금융지주로 들어돈 자금(1조 9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돈이 자사주 매입에 더 투입되는 셈이다.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늘린 주식 수만큼 매입해 없애는 데 드는 비용인 셈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입장에서 보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진 회장은 취임 후 해외 기업설명회(IR)에 직접 참여하며 해외 투자자들과 수차례 소통을 가졌지만 주가 상승 즉 기업 가치는 제고되지 않았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높아졌지만 신한금융지주의 지분율은 더 낮아졌다.





신한금융지주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위해 3조원 가량을 투입하는 것은 분모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반 주주입장에선 충분히 반길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선 이번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작업을 통해 신한금융지주의 기업 가치가 제고될 경우 진 회장의 연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7.9% 늘어난 1조 4255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올 상반기 신한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2조 7470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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