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구해낸 39세 노장 고효준, 팬 열광 시켰다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2-05-19 03:59:46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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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준!” “고효준!” “고효준!”

SSG 랜더스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시리즈 2차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5-2로 승리했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2점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한 케빈 크론이었지만 팬들이 인정한 영웅은 따로 있었다. 그의 이름은 고효준(39). SSG의 역전패 위기를 막아낸 진짜 ‘영웅’이었다.

SSG는 최근 역전패가 많다. 선발투수의 호투, 타선의 화력으로 앞서다가도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를 내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와의 시리즈에서 수차례 나타난 일이다. 더군다나 두산과의 지난 1차전은 8-1로 앞서다가 9-9 동점을 허용, 무승부로 간신히 끝냈다. 이 정도면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리그 1위는커녕 중위권 추락도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2차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선발투수 오원석이 6.1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1실점(1자책) 호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구원 등판한 조요한이 7회를 잘 끝낸 후 8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SSG의 패배 공식이 또 나온 것이다.

조요한은 8회 두산 선두타자 안권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호세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폭투하며 대주자 조수행을 2루로 보냈다. 페르난데스를 땅볼로 잡아냈지만 1사 3루, 동점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강승호의 희생 플라이로 2-2 동점을 허용했고 곧바로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았다. 이때 SK 벤치가 움직였다. 남은 1개의 아웃을 고효준에게 맡겼다.

사실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전 고효준에 대해 걱정 섞인 한마디를 남겼다. 그는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시즌 극초반과 지금의 투구는 분명 다른 것 같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포크볼의 볼 끝이 무뎌진 듯하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고효준은 지난 NC전에서 2차례 등판, 1.1이닝 동안 6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5실점(5자책)했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그의 투구는 김 감독의 걱정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고효준은 박세혁을 땅볼로 마무리하며 일단 8회를 끝냈다. 9회에도 등판했다. 수비가 고효준을 도와주지 않았다. 유격수 박성한이 김재호의 깊은 타구를 잡고 곧바로 1루로 던졌지만 크론이 받지 못했다. 정수빈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허경민을 땅볼로 처리한 고효준은 조수행을 삼진으로 끝내며 아슬아슬했던 9회도 잘 막아냈다.

고효준의 투구는 10회에도 계속됐다. 페르난데스를 땅볼,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박세혁을 땅볼로 처리하며 또 한 번 SSG를 구해냈다.

상황을 종료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고효준을 향해 SSG 팬들이 그의 이름을 마음껏 외쳤다. 고효준 역시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11회부터 장지훈과 교체된 그는 2.1이닝 38구를 던지며 2사사구(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그동안 구원투수들의 부진으로 속이 타들어 간 SSG 팬들의 마음을 기분 좋게 달랠 수 있었다.

노장의 투혼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SSG는 11회말 두산이 승부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정수빈, 안재석의 주루 실수로 자멸하자 곧바로 반격했다. 한유섬과 박성한의 연속 안타 이후 크론이 2타점 3루타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대타 이재원의 타석에선 두산 수비의 실수로 1점을 추가, 결국 역전패 늪에서 빠져나왔다.

고효준의 투구는 단순히 2.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는 것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SSG를 괴롭힌 ‘역전패’ 악령을 쫓아냈고 또 불펜진을 둘러싸고 있었던 기분 나쁜 흐름을 끊어냈다. 프로 스포츠에선 베테랑의 솔선수범이 선수단에 깊은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그 사실을 팬들도 잘 알고 있기에, 그만큼 고효준의 호투를 인정했기에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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